김영삼대통령·조순총재 청와대회담 분위 어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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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은 25일 조순 (趙淳) 민주당총재와 만나서도 전날 김대중 국민회의총재 때처럼 상대방을 흡족하게 해주었다.

1시간37분간 회담뒤 趙총재는 "대단히 만족한다" 고 기분좋은 표정을 지었다.

관심은 趙총재의 정계계편론인 건전세력 연대론를 놓고 金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였다.

그러나 청와대와 趙총재의 발표내용이 달랐다.

趙총재는 건전세력 연대를 설명하는데 "대담의 4분의1 (20분이상) 을 할애했다" 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金대통령은 가타부타하지 않고 경청만 하셨다" 고 조홍래 (趙洪來) 정무수석이 전했다.

그러나 趙총재는 "발표문에는 '내가 말하고 이해를 구했다' 고만 하기로 합의했다" 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회담 시작때 두사람은 쌀쌀해진 날씨와 등산을 소재로 환담했다.

趙총재는 "설악산 대청봉에는 가보셨지요" 라고 묻자, 金대통령은 "물론입니다.

10년전에는 하루 자기도 했지요" 라고 말했다.

金대통령은 "도봉산은 이런 날씨에 등산하는 것이 좋고, 0도 이하에서는 더 좋습니다" 라고 회상했다.

회담뒤 趙총재는 기자들과 만나 "金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고 말한 뒤 '신한국당 분열상도 얘기를 나눴느냐' 는 물음에 "화제에 올랐으나 말할만한 것이 없다" 고 대답했다.

다음은 대화록 요지.

▷趙총재 = 국내외 경제가 매우 어렵습니다.

경제문제는 관리들의 말씀만 듣지 마시고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비교적 소수의 경제자문위원을 두고 수시로 경제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으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金대통령 =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책임중의 가장 큰 책임은 대선을 공명정대하게 치르는 일입니다.

여야정당은 물론 특히 대선후보들의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합니다.

국민의 협조도 절실합니다.

▷趙총재 = 깨끗한 선거를 위해 고비용 선거체제와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金대통령 = 고비용선거를 방지하는 정치개혁법안에 조속히 합의해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도록 해야겠습니다.

▷趙총재 = 건전세력연대의 일환으로 여러 사람을 만날 계획입니다.

김덕룡.서석재의원도 24일 만났습니다.

조만간 이회창 신한국당총재와도 만날 계획입니다.

▷金대통령 = 좋습니다.

박보균.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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