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김대중총재 청와대 회담서 나온 '퇴임후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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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은 24일 만난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총재에게 정말 하고 싶은 얘기를 했다.

'사후 보장' 문제다.

회담 처음부터 金대통령은 누가 대통령이 돼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중립입장을 다짐했다.

金총재가 기분 좋아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 다음 金대통령은 그 문제로 옮겨갔다.

金대통령은 "잘했으면 잘한대로 평가받고, 못했으면 책임지면 되지 무슨 사후보장이냐" 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아예 그런 용어를 정치판에서 '추방' 해달라고 요청했고, 金총재는 쉽게 수락했다.

이 말은 金대통령의 내년 2월25일 퇴임후 신변안전 문제다.

전임 대통령처럼 金대통령도 92년 대선자금 문제와 문민 정권의 실정 (失政) 으로 곤욕을 치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초 아들 (金賢哲) 의 비리가 들통난 뒤 金대통령은 이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돈 한푼 안받고 칼국수를 먹는' 극기 (克己) 생활을 해왔는데 무슨 소리냐는게 金대통령의 평소 반박이다.

그렇지만 이 시점을 택해 金대통령이 이를 거론하는데는 여러 판단과 노림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국당의 엉성한 비자금 공세로 '金총재 문제' 가 넘어가면서 그 바람에 92년 돈 문제도 상당부분 걸러졌다는게 金대통령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이번 기회에 이 문제가 더이상 나오지 않도록 쐐기를 박겠다는 金대통령의 의욕이 엿보인다" 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두사람이 비자금과 92년 대선자금 문제를 서로 덮기로 '담합' 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회담 뒤 金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 문제를 다시 꺼냈다.

그러면서 "나는 무엇을 두려워 하는 사람이 아니다" 고 자신했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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