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영수회담 거부배경과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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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총재가 24일 영수회담을 뿌리친 것은 김영삼대통령과의 결별을 넘어 이제는 일전 (一戰) 을 선포하면서 제갈길을 가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측근 의원들은 李총재로선 도저히 회담에 응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전례없이 청와대는 여당 총재를 제치고 야당 총재를 1순위로 만났다.

李총재측은 23일엔 불쾌감을 일단 누르고 11월 1일로 회담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밤사이에 李총재진영은 "李총재가 金대통령의 태도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상목 (徐相穆) 기획본부장은 "金대통령이 이인제 (李仁濟) 전경기지사를 지원한다는 이중플레이 의혹에 이어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총재와 거래한다는 삼중플레이 설이 있는 마당에 李총재가 들러리 설 수는 없는 노릇" 이라고 설명했다.

李총재 진영은 물론 지원그룹에선 22일 탈당요구 기자회견이후 李총재가 보인 대 (對) YS 공세수위에 불만이 많았다.

특히 22일 밤 SBS토론에 대해 측근의원들은 물론 김윤환 (金潤煥) 선대위원장도 "보다 분명한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는 의견이다.

측근인 이흥주 (李興柱) 전비서실차장은 "총재는 YS와 결별한 이상 왜 그렇게 결정했고, YS에게 무엇을 추궁하고 요구하는지를 강하게 외쳐야 한다" 고 주문했다.

수위로 볼때 李총재의 24일 선언은 이런 분위기에 부응하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이날 아침엔 "金대통령이 李총재가 아니라 이인제전지사를 사실상 지원해왔다" 는 이중플레이 의혹설이 불거져 나왔다.

李총재는 회담을 거부하면서 金대통령에게 두가지 책임론을 들이댔다.

하나는 수사유보 결정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내 분란에 대한 수습론이다.

둘 다 金대통령으로선 받아들이기 불가능한 것이다.

李총재는 "金대통령이 당의 분란을 막아줄 것을 당부한다" 고 말했다.

이는 金대통령이 자신의 영향권에 있는 직계의원들을 자유로운 선택을 하도록 풀어주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李총재는 金대통령과의 완전 절연을 못박는 말도 남겼다.

"연말 대선은 金대통령에 대한 재신임을 묻는 선거가 아니다" "우리는 정권을 새로 창출하는 것" 이라는 구절들이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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