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지구 네 바퀴를 달렸다 ‘봉달이’ 발은 멀쩡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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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선수 생활 20여 년간 줄기차게 뜀박질을 해온 이봉주. 기자는 혹사당한 그의 발가락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봉주는 보란 듯이 발가락을 쫙 벌리더니 씩 웃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마라톤은 심폐지구력을 강화하는 운동이다. 분당 맥박 수는 신체가 산소를 끌어다 근육세포에 공급하는 능력을 반영한다. 40대 건강한 남자의 안정 시 분당 심장박동 수는 60∼80번이다.

-운동으로 강화된 심장을 흔히 ‘스포츠 하트’라 한다. 이 선수의 안정 시 맥박 수는 일반인의 절반 정도일 것 같다. 안정 시 맥박수와 폐활량이 얼마나 되나.( 건국대 생활체육학과 차광석 교수)

“자고 일어나면 꼭 맥박 수를 잰다. 분당 44∼45번 맥박이 뛴다. 30∼40㎞를 강도높게 달리면 120∼130번으로 올라간다. 폐활량은 2000년 이후 측정하지 않았다. 폐에 특별한 이상이 없어 잴 이유가 없었다. 당시에 또래보다 폐활량이 1.5배는 좋다는 말을 들었다.”

-부상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경기나 훈련 도중 한 번도 부상한 적이 없나.(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박중현 교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2∼3년 전 발바닥에 족저근막염이 와서 고생한 적이 있다. 4∼5개월 지나서야 통증이 가라앉았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가벼운 부상이 있으면 (달리는) 거리를 평소(하루 30∼40㎞)의 절반 정도로 줄인다. 대신 웨이트 트레이닝을 더 많이 한다. 마라토너는 근육을 쉬게 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20여 년간 선수생활을 하면서 가장 긴 휴식은 신혼여행 7일이었다.”

-마라토너는 엔진(심장)이 보통사람보다 크다. 이 선수의 혈관 나이는 같은 나이의 남성에 훨씬 어릴 것 같다. 혈관 건강의 지표인 혈중 콜레스테롤, 혈압·혈당 수치는.(건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김현중 교수)

“초등학교 때 교통사고로 잠시 입원한 것 외엔 거의 병치레를 하지 않았다. 관절에도 이상이 없다. 허리는 28인치이며, 체중은 54~57㎏(키 1m66㎝)을 오르내린다. 근육질의 다리보다 마른 다리가 마라톤에 유리하다. 다리가 두꺼우면 달리다 허벅지가 서로 맞닿아 마찰이 생기기 쉽다. 훈련·경기 전에 크림을 발라 마찰을 예방한다.” (이봉주는 지난해 10월 강북삼성병원에서 받은 건강진단서를 보여줬다. 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혈관 건강에 유익한 콜레스테롤), 중성지방과 혈압, 식전 혈당 등 모든 게 정상이었다. 심전도나 가슴 X선 검사에서도 이상이 없었다.)

-러닝화는 얼마를 뛰고 교체하나. 고가의 러닝화를 신고 있다고 들었다. 가격은 얼마나 하나. 마라톤의 약점인 단조로움을 극복할 방법이 있다면.(서울 TLC 병원 재활의학과 장성구 과장, ‘달리는 의사들’ 회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고가는 아니다. 한 켤레(255mm)에 20만원가량이다. 보통 두세 달 지나면 쿠션이 떨어져 새 신발로 바꾼다. 20여 년간 지구 네 바퀴를 달렸으니 신발값이 꽤 들어갔을 것이다. 기분이 좋을 때는 뛰면서 노래를 흥얼거린다.

-평소 즐겨 먹는 음식이나 약이 있나. 은퇴 계획은.(안승진 가톨릭 마라톤 동호회 고문)

“음식은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특히 좋아하는 것은 넙치 등 생선회다. 비타민제를 꾸준히 복용한다. 주변의 권유로 지난해부터 홍삼을 물에 타 먹고 있다. 은퇴 후엔 가족(아내와 두 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은퇴 후에도 하루에 20㎞는 달릴 생각이다. 다른 사람보다 체중관리를 잘 할 자신이 있다.”

이 선수의 소속팀(삼성전자 육상팀) 오인환 감독은 “봉주는 아직 은퇴한 것이 아니다. 올해 가을께 정식 은퇴경기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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