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카드 꺼낸 김대통령…대선후보들 만나는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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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의 '대응 카드' 가 23일 나왔다.

여야 후보 5인과의 1대1 연쇄회동이다.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총재가 金대통령의 당적 (黨籍) 이탈을 요구한지 하루만이다.

이는 탈당 거부가 명분에서 오랫동안 우위에 서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분석했다.

탈당명분과 절차를 찾자는 속셈이다.

金대통령은 '당적유지와 공정선거관리는 별개' '신한국당은 내가 만들었다' 는 논리로 맞섰다.

이런 반박만으로 당에 남아 있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金대통령을 '궁색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金대통령은 정면으로 받아치지 않았다.

'YS 탈당' 문제를 'YS와의 개별회동' 으로 관심을 돌리려는 우회적인 대응이다.

李총재쪽의 예봉 (銳鋒) 을 피하면서 선거판의 쟁점과 화제를 복잡하게 전개시키려는 형태다.

여기에는 李총재와 전면 승부를 걸만한 분위기와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金대통령의 판단이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金대통령은 李총재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현실적 힘이 없다는 관측이다.

다음으로 민주계등 당내 반 (反) 이회창 세력이 결집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李총재의 공세를 무디게할 시간이 필요하고, 모자라는 힘은 야당후보와의 회동이란 외부에서 끌어들이겠다는 것으로 비쳐진다.

이 관계자는 "金대통령이 탈당하든지, 李총재를 고사 (枯死) 시키든지 최종 선택까지의 호흡을 길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청와대가 회동의 주제로 든 것은 경제.안보.공정한 선거관리 세가지다.

그리고 金대통령의 탈당은 논의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탈당문제는 이회창총재와 회동때 두사람간 '담판' 의 대상이다.

그만큼 회동을 놓고 여러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총재와의 회동에서는 비자금의혹 문제와 92년 대선자금문제가 어떻게 거론됐는지, 이인제 (李仁濟) 전경지지사와의 만담 뒤에는 金대통령이 2중 플레이를 해왔는지가 드러날 수 있다.

金대통령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는 대목이다.

金대통령은 연쇄회동에 이어 원로들과도 만나 의견수렴을 할 계획이다.

그런다음 자신의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탈당뒤 대선 관리에만 전념하는 것이 될지, 탈당뒤 반 이회창 세력을 후원하는 쪽이 될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먼저 개별회동 자체가 모든 후보들과 '등거리' 를 취하는 모양새를 띨 수밖에 없어 탈당의 전단계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회동뒤의 탈당은 李총재한테 밀려서가 아니라 각 후보들의 여론수렴의 결과라는 점을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탈당뒤 이회창총재 대신 제3의 인물을 지원하는 결심을 하더라도 그것은 음성적인 형태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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