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어학실 시설 미비·파행운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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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중.고교의 영어교육이 의사소통 중심으로 바뀐 지 오래지만 대구의 각 학교들은 기본적인 어학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거나 있는 어학실도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구의 1백개 중학교가운데 어학실을 갖춘 학교는 40개교. 고등학교는 72개교중 44개교뿐이다.

설치된 어학실도 거의 쓸모없이 방치되고 있다.

D고등학교의 경우 영어수업에 어학실을 전혀 활용하지 않고 있다.

이 학교 2학년 영어담당 安모 (42) 교사는 "시설이 낡은데다 수업 자리를 옮겨 출석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려 이용하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K고는 1학년에 한해 1주일에 1시간씩, K여고도 1학년만 한달에 1~2시간정도 어학실을 이용할 뿐이다.

이에 대해 K고 李모 (36) 교사는 "성적 높이기식의 입시위주 교육에 매달리다보니 듣기보다는 문법.독해에 더 치우치게 된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듣기교육을 교사들이 교실에 직접 카세트를 들고 와 실시하는 녹음테이프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고 D.K고등은 아침 자습시간을 활용, 5~10분정도 학교방송을 통해 듣기교육을 보충하고 있다.

어학실이 없는 다른 D고의 한 영어교사는 "1주일에 한시간정도 실시하는 원어민 교사의 수업으로 듣기교육을 대체하는 실정" 이라고 말했다.

K고 2학년 具모 (17) 군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듣기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 라며 "시중에 파는 듣기교재를 사서 개인적으로 공부하거나 외국어학원에 나가 듣기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많다" 고 말했다.

K여고의 또다른 영어교사는 "시설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는데다 입시성적에만 매달리는 지금의 교육상황에서는 듣기.말하기 중심의 의사소통능력을 기르는 외국어교육이 힘들다" 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2000년까지 모든 중.고등학교에 어학실을 갖추도록 할 예정이지만 어학실 하나에 5천여만원이 소요되는 예산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며 "낡은 어학실을 갖추었거나 어학실이 없는 학교의 경우 카세트 활용.원어민교사등을 통해 듣기교육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고 있다" 고 말했다.

대구 =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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