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총재 비자금 수사유보이후 이회창후보 진영 향후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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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이 DJ비자금 수사유보를 발표한지 수시간이 지난 21일 오후 여의도 부국빌딩. 신한국당 이회창총재 후원회사무실에서 李총재와 핵심측근 10여명이 긴급회동했다.

李총재는 22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밤늦게까지 시내 모처에서 몇몇 측근들과 성명문안을 가다듬었다.

한 측근은 "김영삼대통령에 대해 강한 문제제기가 있을 것" 이라고 귀띔했다.

李총재측은 검찰입장이 하룻밤 새 뒤바뀌었고 여당 대통령후보의 국회연설 도중 검찰총장이 재를 뿌리는 발표를 한 점등에 주목했다.

뭔가 급박한 사정이 있으리라는 지적이다.

핵심들은 검찰총장의 결정은 金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고 그러므로 그 긴박한 사정은 金대통령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강한 의구심을 표시했다.

한 측근의원은 "국민의 60~70% 이상이 바라는 검찰수사를 그런 식으로 덮어버린데는 무슨 사정이 틀림없이 있을 것" 이라며 "여러 설이 있으며 분위기가 이상하다" 고 목소리를 깔았다.

李총재진영은 사정이 무엇이든 李총재에게 찬물이 끼얹어진 것은 적어도 金대통령이 李총재의 운명에 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보고 있다.

李총재는 이 위기에서 자신의 정체성 (正體性) 을 회복할 수 있다는 각오도 다지고 있다고 한다.

즉 이제는 더이상 YS에게 연연하지 않고 독자적이고 뚜렷한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李총재는 金대통령 - 김대중총재 - 검찰의 '비자금덮기' 를 구정치의 마지막 연대로 규정하고 자신을 중심으로 한 새 정치세력의 확장을 추진하는 명분으로 활용할 생각도 갖고 있다.

한 측근의원은 "李총재로서는 이제 죽기 아니면 살기의 선택만 남았다.

차제에 구정치 청산의 깃대를 더욱 꽉 쥐고 후보교체론도 분쇄하면서 전진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李총재가 金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어떤 속도와 강도로 진행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는 측근들과는 달리 검찰수사 유보에 대한 金대통령의 책임과 관련성을 공격하는데 더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큰 방향이 그의 독자적 전진이라는 것은 의심할 수 없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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