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북한은 남쪽의 인내심 한계 시험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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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핵이나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 주도로 결성된 국제 공조체제인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문제는 한반도의 뜨거운 감자다. 북한의 거센 반발을 초래할 수 있는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PSI에 정식회원으로 참여하게 되면 WMD를 적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에 대해 자발적 차단 활동에 나서야 한다. 그동안 남한 사회가 이 문제로 내부 갈등을 빚어온 것도 PSI 전면 참여가 몰고 올 수 있는 엄청난 파장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다음 달 초 인공위성 발사를 내세워 장거리 미사일로 전용될 수 있는 로켓 발사를 강행한다면 분위기가 확 바뀔 가능성이 크다. 대북제재 쪽으로 여론이 급속히 기울면서 PSI를 둘러싼 남남갈등이 일거에 해소되는 전기가 될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남한의 PSI 전면 참여가 초래할 수 있는 후폭풍을 우리는 심각하게 우려한다.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기 전에 북한은 이 점을 심사숙고해야 한다.

남한 정부는 이미 PSI 전면 참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북한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상황에서 군사적으로 PSI에 대한 전면 참여를 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밝혔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도 어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비확산 문제가 부각되니 PSI 전면 참여를 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94개국이 이미 PSI에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북한이 핵실험까지 하는 상황에서도 PSI 전면 참여를 자제하는 인내심을 발휘해 왔다. 8개 항의 참여 항목 중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는 5개 활동까지만 참여해 왔다. PSI 전면 참여가 자칫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의 남북 무력충돌로 발전할 수 있는 데다 북한을 극도로 자극함으로써 남북관계에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끝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개성공단의 출입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이미 남한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한·미 합동 군사훈련인 ‘키 리졸브’가 끝난 어제도 개성공단의 정상적 통행이 차질을 빚었다.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를 빌미로 대포동 2호 미사일을 쏘아올림으로써 우리의 남은 인내심마저 소진시키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그것은 민족적 불행을 초래할 수 있는 무책임한 도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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