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외국사람들은 한국경제가 희망이 있다고 하고, 한국사람들은 위기라고 고집을 피우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 (IMF) 연례협의단이 가진 기자회견도 예외는 아니었다.
협의단대표가 "한국경제와 그 정책이 건실하다" 는 평가로 일관하자 한 질문자가 "다들 위기라는데 당신은 계속 아니라고 하니, 당신은 그만하고 협의단의 다른 사람이 한번 얘기해 보라" 고 말해 어색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사실 연초부터 이어진 대기업부도.금융기관부실화가 '들불' 처럼 번지는데도 그 해결이 차일피일 늦춰지는데는 어쩔 도리없이 그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요즘 사람을 진짜 불안케 하는 것은 위기라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이 정부더러 그동안 추진해 온 개혁을 뒤집으라는 것들이다.
"부도대기업을 구해라" "정부가 개입해라" 등등. 평가만 하면 되는 '속편한' 입장의 외국인과 그 속에서 오늘을 살아야 하는 한국인이 한국경제를 보는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외국인의 평가를 현실을 모르는 얘기라고 가벼이 여길 수 없는 데 고민이 있다.
당장 그들의 말 한마디가 우리가 나라밖에서 돈을 빌릴 때 무는 이자율을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관심은 한두해의 경제성장률이나 한두달의 경기에 있지 않다.
구조적 건전성, 즉 얼마나 순조롭게 또 빨리 한국경제가 진정한 시장경제로 바뀌느냐에 더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
정치권도 말로는 정책대결의 중요성을 늘 역설한다.
대선의 이전투구 (泥田鬪狗) 속에서도 각 후보는 저마다 경제회생이 중요하다면서 정책대결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의 말대로라면 경제개혁 관련 법안들이 수개월째 무더기로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나. 최근의 경제불안뒤에는 항상 비뚤어진 금융관행과 뿌리깊은 정부개입이 자리잡고 있듯 경제개혁의 핵심은 금융개혁이다.
그런데 그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말이면 금융시장이 완전개방되는데 신정부가 들어서면 정부조직개편에 정신이 팔릴 것이다.
금융개혁은 올해가 마지막 기회다.
'백년대계' 를 들먹일 것까지도 없다.
당장 한국경제의 대외신인도를 위해서라도 정당들이 '책임정당' 으로서 제 할 바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 모습으로 표를 모으는 것 한번 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