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톱]MBC 3부작'칭기스칸 원정로를 가다'…3만km원정길 더듬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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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동 (東)에서 나와 서 (西) 를 점령한 전무후무한 영웅, 칭기스칸이 손에 쥐었던 것은 그저 칼만이 아니었다.

서로 빼앗고 뺏기기를 반복하는 몽골족 내부를 통합하고, 다시 총인구 2백만이 채 안되는 작은 나라 몽골과 금.송.호라즘같은 주변의 강대국을 통합한 칭기스칸의 최대 무기는 '관용' 이었다.

약탈혼의 풍습이 있던 당시 몽골에서 칭기스칸 자신도 약탈당한 신부의 아들로 태어났고, 그의 아내 역시 적들에게 약탈을 당한다.

되찾아온 아내는 이미 남의 씨를 품고 있었지만, 칭기스칸은 그 아들을 평생 자기 피붙이로 대했다고 한다.

거칠고 처절한 전장 (戰場)에서 죽고 죽이는 싸움을 반복하며 살아온 그이지만 그의 영웅됨은 오히려 통치방식의 관대함에서 발견된다.

귀족에서 양치기까지 두루 아홉 장군에 등용하는 평등의 정신, 아테네 민주정치를 연상케하는 집단적인 의사결정 과정, 법에 정한 의무만 다하면 안전한 통행권을 보장하는 상업 장려정책. 그래서 칭기스칸 제국의 건설은 동서무역을 한층 번성시켰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출발, 중앙아시아와 중동을 거쳐 동유럽에 이르는 칭기스칸의 대제국 3만㎞를 1백일간 뒤쫓는 MBC특집다큐멘터리 3부작 '칭기스칸 원정로를 가다' 는 단순한 풍물기행이 아니다.

연출자 박정근PD는 “통일 한국을 이끌어갈 리더쉽, 21세기에 세계로 뻗어나갈 한국의 리더쉽을 찾아내려고 했다” 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와 함께 박PD가 제안하는 것은 한민족의 북방진출. 사회주의 시절에 건설된 각종 설비가 임자없이 버려져 있는 땅, 게다가 강제이주당한 한국인들의 슬프고도 생명력 강한 역사가 일궈낸 교두보까지 존재하는 땅이 기다리고 있단 것이다.

이 과정에서 펼쳐낼 한국의 리더쉽은 서세동점을 이룬 지난 세기 서구자본주의의 리더쉽과는 다른, '관용' 의 리더쉽이어야 한다.

여정의 마지막, 폴란드의 한국진출공장에서 제작진이 잡아낸 것은 퇴근후 가족사까지 보살피려는 '한국적' 인 경영기법이다.

22일 밤11시 1부 '칸의 길' 이, 23일 밤11시 2부 '초원의 흥망' .11시50분 3부 '하나로 열린 세계' 가 차례로 방송된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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