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이사장 “거래소를 공공기관서 빼주면 사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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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정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9일 조건부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1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정부가 한국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한 것을 해제해 주면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며 “시중에는 저 때문에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실제 사퇴 압력이 있었는지, 공공기관 지정을 저지하기 위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의사가 있는지 등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거래소 이사장이 자신의 사퇴와 공공기관 해제를 맞바꾸자고 정부에 제의한 배경은 선임 과정에서 일어났던 정부 측과의 불협화음이 지목되고 있다.

원래 지난해 3월엔 이명박 정부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비금융권(당시 직함 기준) 인사가 거래소 이사장의 유력 후보로 부각됐다. 하지만 거래소 사외이사들과 증권 유관기관 관계자들로 구성된 ‘이사장추천위원회’는 이정환 후보를 증권업무에 밝은 적격자로 평가해 이사장으로 뽑았다.

그 직후 오비이락(烏飛梨落) 격으로 거래소의 비리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고, 감사원도 서면 감사를 했다. 또 기획재정부는 1월 29일 한국거래소를 준정부기관으로 지정해 감사원의 감사와 정부의 예산통제 등 관리 감독을 받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다음 달 거래소에 대해 정식 감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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