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노년의 위험’ 선진국 2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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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준비되지 않은 장수’는 축복만은 아니다. 노후 자금이 부족해지면서 생활이 어려워질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상보다 오래 살아 생기는 위험(장수 리스크)이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가 19일 발표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장수 리스크는 2005년 기준으로 평균 0.87이었다. 장수 리스크는 경제활동 중 예상했던 은퇴 기간과 실제 은퇴 기간의 차이를 의미한다. 이 수치가 ‘0’이라면 예상과 실제가 정확히 일치해 위험이 없다. 하지만 수치가 높아지면 예상과 실제의 차이가 벌어져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장수 리스크가 0.87이란 것은 실제 은퇴기간이 예상보다 평균 87%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미국(0.37)·영국(0.33)·일본(0.35)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이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늘었고, 은퇴 기간도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연장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평균 수명은 1970년 61.9세에서 2005년 78.6세로 늘어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터키를 제외하면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위험도도 높게 나타났다. 당초 은퇴기간을 너무 짧게 내다봤기 때문이다. 50년생의 경우 경제활동 기간 중 예상한 은퇴 기간은 평균 8.8년이나 실제 은퇴 기간은 23년이 넘는다. 장수 리스크도 평균치보다 훨씬 높은 1.63에 달했다. 반면 75년생의 리스크는 0.38에 그쳤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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