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국시리즈]근성의 해태냐, 개성의 LG냐…19일부터 정상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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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역사속의 영원한 라이벌 아테네와 스파르타. 프로야구판의 영원한 라이벌 LG와 해태가 19일부터 한국프로야구의 정상을 놓고 자웅을 겨룬다.

자율야구의 기치를 높이 세운 LG가 아테네라면 '절대권력자' 김응룡감독의 장기집권속에 8번이나 우승한 해태는 스파르타. 판이한 개성의 두팀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게 되는 것이다.

신세대 스타들이 즐비한 LG 최고의 덕목은 선수개인의 의사와 개성을 존중한다.

갓 입단한 선수의 뜻이 감독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팀분위기가 강점이라면 강점이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서용빈이 대타를 기용하려던 천보성감독의 지시를 꺾은뒤 결국 역전타를 터뜨린 것은 해태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반면 해태 선수 최고의 덕목은 감독에 대한 절대복종. 감독과 선배의 지시는 곧 법이 된다.

해태 선수들의 맏형노릇을 하던 이순철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빠진 것은 그같은 분위기를 대변한다.

또 야구하는데 많은 말이 필요없다.

결정과 사인만이 있을 뿐이다.

스파르타에서 그랬듯이 '말이 많은 소크라테스' 는 해태에선 수다쟁이일뿐이다.

열악한 환경속에 해태를 지켜온 '소수정예' 의 팀컬러도 일기당천을 자랑하던 스파르타와 같다.

이렇게 다른 두팀이지만 한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 응집력이나 한선수가 폭발하면 연쇄폭발을 일으키는 선수들의 '휘발성' 은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올시즌 상대전적은 10승8패로 LG의 우위. 그러나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너무 많은 체력소모를 한 것이 미세하나마 해태의 우세를 점치게 한다.

특히 시리즈 7차전동안 세번이나 등판이 가능한 1차전 선발의 비중에서 해태는 이대진이라는 확실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LG투수진의 체력은 플레이오프 5차전을 통해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반면 해태엔 이렇다할 왼손투수가 없어 LG 왼손타자들이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경기 박진감 넘치는 명승부가 기대되고 있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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