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뮤리엘의 웨딩'…결혼에 대힌 호주식 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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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주말을 겨냥한 청첩장이 쇄도하는 계절, 미혼남녀들의 마음은 심란하다.

지구 남반구 저편, 호주의 작은 도시에 사는 뮤리엘도 그런 심경은 마찬가지. 날마다 스웨덴출신 그룹 아바의 음악을 들으면서 뮤리엘은 보란듯이 화려한 결혼식을 상상한다.

그러나 사소한 (!) 문제가 좀 있다.

다소 뚱뚱한 외모와 부족한 옷맵시. 여자친구들에게서도 곧잘 따돌림을 당하는 뮤리엘은 남자와 데이트 한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헐리우드영화식 해피엔딩이라면 뮤리엘은 '미운 오리새끼' 에서 백조로 변신,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고 끝나야 한다.

그러나 호주영화 '뮤리엘의 웨딩' 이 택한 해법은 좀 다르다.

아버지의 돈을 훔쳐 떠난 휴가길, 올림픽출전을 위해 호주국적을 얻으려는 남아프리카출신 수영선수와의 위장결혼식, 뒤이은 어머니의 자살, 아버지의 예고된 파산…. 그렇다고 미리 겁을 집어먹거나 우울해 할 필요는 없다.

'결혼이 모든 행복의 열쇠는 아니다' 란 영화의 전제는 상당히 현실적이지만, 극적인 사건들의 연속으로 이 현실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지극히 영화적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미국이나 유럽과는 또다른 호주식의 코미디감각과 아바의 음악이 꾸준히 곁들여진다.

자, 다시 영화의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친구 타냐의 결혼식에서 모두가 받고싶어한 신부 부케가 뜻하지 않게 뮤리엘의 손에 떨어지는 데….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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