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즐겁게]백파 홍성유 식도락 30년 결산…미꾸라지는 강장식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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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옛날에는 미꾸라지가 흔해서 호소나 하천, 작은 도랑이나 논에서도 잡혔으나 이제는 자연환경과 생태계의 변화로 자연산이 희귀해져서 일부 농촌지역을 제외하고는 자연산 추어를 만나 보기 어렵게 되었다.

요즘 건강식품을 찾는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고 미꾸라지가 다른 동물성 식품에 비해 보기 드물 정도로 비타민 A를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어 피부를 튼튼하게 한다든가 세균의 저향력을 높여 준다든가 예부터 정력을 높여주는 강장식품이라는 따위의 일설이 있어, 이를 찾는 애호가들이 부쩍 늘어 났다.

때문에 경향 각지에는 그 전문점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자연산이 귀해진데다가, 농민들도 이를 잡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양식어종이나 수입된 중국산을 쓰고 있다.

중국산은 몸집이 크고 길며 검은 빛이 감도는데 값이 휠씬 저렴한 것에 비해 뼈가 억세고 맛이 덜하다.

자연산 추어는 흔히 넓죽이라고 부르는 미꾸라지와 둥구리라고 하는 미꾸리로 대별되는데 수명이 20년에 이른다고 하며, 황토흙에서 서식한 것은 몸체가 누렇고, 저수지 깊은 물의 것은 다소 흰색을 띠며 수로에서의 것은 검은색이 난다.

빛깔이 누렇다고 해서 바로 자연산은 아니며 초봄에 치어를 잡아 사료를 주어 기른 양식어로 봐야 무방하다.

중국산보다는 값이 다소 비싸며 맛도 자연산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자연산 넓죽이나 둥구리는 맛이 더 좋은 대신 값도 중국산보다 갑절로 비싸다.

때문에 추어탕전문점에서는 구하기 어렵고 값도 비싼 자연산을 쓰는 대신 양식어종을, 양식어종보다 더 값이 싼 수입종을 쓰게 된다.

더구나 그것마저 수요가 달려 없어서 못팔 지경이라고 한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하지만 소문난 추어탕 명점들은 아직도 값비싼 자연산을 고집하고 있으니 그 장인 근성이 가상하다고 할까?

참고로 추어를 끓일 때 찬두부를 넣으면 두부 안으로 파고 들어 그 맛이 일품이라고 백과사전에도 나와 있지만, 이는 속설일뿐, 두부 속에 파고 드는 미꾸라지를 본 일도 없고 먹어 본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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