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만 나눈 김대중-김종필 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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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와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총재가 16일 김해에서 만났다.

김해 (金海) 김씨 가락국 추향대제 (秋享大祭)에 참석하기 위해 김해를 방문한 자리에서 였다.

'DJ 비자금' 폭로로 단일화 협상이 늦춰지고 있는 와중이어서 두 총재의 회동에 시선이 집중됐지만 두사람은 의례적 인사만 했을뿐 담소조차 나누지 않았다.

1시간여 동석했지만 단독밀담도 없었다.

김해로 향하는 비행기에도 동승했으나 간단한 인사말만 건넸을뿐 진지한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김종필총재는 잠이 들어버렸고, 김대중총재는 신문과 메모를 뒤적이며 시간을 보냈다.

'비자금 파문' 의 충격과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김종필총재가 최근 비자금 의혹사건과 관련해 태도를 바꿔 비자금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두 金총재의 회동을 가로막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자민련측은 "金총재가 어젯밤 강릉의 TV 토론회에 참석, 오늘 오전3시 서울로 왔기 때문에 피로가 쌓였다" 고 설명했다.

국민회의측도 "김종필총재가 피곤한 상태여서 그런 것이지 다른 문제는 없다" 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두 金총재는 연설을 통해 "잘못 기록된 가락국의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며 종친의 지지를 호소했다.

김대중총재는 "가락국에 대한 역사가 의도적으로 왜곡.말살돼 왔다" 며 "역사를 바로 세우고 후손의 예를 다하기 위해 가락국 역사를 정사 (正史)에 기록되도록 하고 고구려.신라.백제와 함께 '4국시대' 로 부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 고 밝혔다. 김종필총재는 "이제 김유신 할아버지의 후예답게 분단된 조국의 통일에 전진하겠다" 고 강조했다.

부산 =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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