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 출연 박원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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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재미있는 드라마에는 반드시 '감초' 가 있다.

주연은 아니면서 보는 재미를 한층 끌어올리는 사람 말이다.

탤런트 박원숙 (48) 은 단골 '감초' 연기자다.

오래전 '한지붕 세가족' 에서의 순돌 어머니역과 최근 '별은 내가슴에' 에서 연이 (최진실) 을 괴롭히던 '팥쥐 엄마' 송여사 역이 대표적인 경우였다.

지난주말 새로 시작된 MBC '그대 그리고 나' 에서도 그는 감초가 될 가능성이 짙은 역할을 맡았다.

혼자 사는 40대 여인으로 평생 교육원 교수이며 사채놀이도 하는 여자. '별은…' 에서 최진실을 그렇게 구박하더니 이번에는 최진실과 가까운 이모뻘 친척이 됐다.

"배역 제의를 받을때면 늘 그렇듯 이번에도 연령.직업.우아한 척 한다는 성격정도만 설명을 들었어요. 그런 사람은 어떻게 행동할까 곰곰이 생각해 봤죠. 그리고 이런 저런 것들을 연출자와 작가분께 제의를 해봤죠. " 그가 생각해 낸 것들은 이렇다.

남자가 맥주를 권하면 '저 못 먹어요' 하며 못이기는 척, 잔을 받다가 거품이 넘칠 것 같으면 후루룩 들이키는 여자. 새 책이 나오면 열심히 사 모으기는 하고 절대 읽지는 않는 여자. 남자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아 혼자 살면서 스스로 독신을 고집한다고 생각하는 여자. 밤이면 닥치는 외로움에 세상 남자들에 대해 '미친 것들' 이라고 욕 한마디 던지고는 불을 '탁' 꺼버리는 여자. "그저 제가 맡은 인물이 보는 즐거움을 더해줬으면 하는 생각에 그런 생각들을 하는 거지요. " 이렇게 맡은 배역에 대해 이리저리 살피는데다가 27년 연기경력이 더해지니 '감초' 가 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배우로서 화려한 주연에 대한 욕심이 없을까만 그는 담담히 이렇게 말한다.

"동료나 선후배들을 보며 (그는 결코 자신이 인기있는 배우, 혹은 그런 경험이 있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인기는 물거품이란 것을 깊이 느꼈어요. 제게는 그저 가끔가다 드라마를 보신 분들이 '저 역은 박원숙이 아니면 안돼' 라고 한마디 해주시는 것이 가장 큰 영예입니다. "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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