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러브콜’에 시달리는 민주당 의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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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의원님, 최재성입니다. 정동영 전 장관이 다음 달 전주 재선거에 나오겠다는 건 부당하지 않습니까. 의원들이 뜻을 모아 원칙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의원님, 정동영입니다. 고심 끝에 당에 미력이나마 보태기로 결심했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민주당은 지금 ‘전화 정치’ 중이다. 4·29 재·보선에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그의 출마를 원치 않는 정세균 대표의 측근들, 대책을 논의하려는 동료 정치인들의 전화가 잇따라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초선 의원은 “14일 새벽과 밤에 최재성 의원과 정 전 장관으로부터 잇따라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서로 정반대 논리를 대며 ‘우리 편이 돼달라’고 부탁해 난감했다. 당이 참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도 했다. 그는 “ ‘정동영 문제를 어떻게 할 거냐’는 선배 의원과 당 관계자들의 전화도 너무 많이 걸려와 가려가며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화 정치’는 정 전 장관이 워싱턴에서 출마를 선언한 14일 정 대표 측근으로 출마를 공개 반대해온 최 의원이 수도권과 40대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전화를 걸어 ‘출마 반대 성명’ 동참을 제의하면서 시작됐다. 정 대표 비서실장인 강기정 의원도 14, 15일 83명 의원 거의 모두에게 전화해 ‘묘책’을 물었다고 한다. 정 전 장관도 14일부터 의원들과 당 원로, 지지그룹 등 3000명을 목표로 전화 걸기에 돌입했다. 15일에는 정 전 장관이 본지에 “정 대표에게 30통 넘게 전화해 겨우 통화했다”고 밝히고, 정 대표가 “내 전화에 정 전 장관 번호가 찍힌 건 세 번뿐이고, 못 받은 걸 합쳐도 10여 통뿐”이라 맞받는 등 ‘전화 논쟁’도 불거졌다. 그러나 양측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정 전 장관의 공천을 공개 반대해온 386과 수도권 초·재선 그룹을 제외한 구민주계·호남·충북권 등의 의원들은 침묵을 지키면서 그룹별로 서로 전화하며 물밑 논의 중이라고 한다.

◆박지원, 중재 나서나=김대중 전 대통령의 원내 측근인 민주당 박지원(목포) 의원은 17일 평화방송 인터뷰에서 “정 전 장관은 당의 대통령 후보였고 여러 국정경험을 갖춘 인사이므로 원내 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당과 정 전 장관이 ‘윈윈’할 좋은 방법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 안팎에선 정 전 장관 출마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발언이란 관측과, 박 의원이 절충안을 제시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17일 서류심사에서 ‘당선 가능성’의 배점을 40%에서 30%로 낮추고 ‘도덕성’과 ‘의정활동 능력’을 각각 10%에서 15%로 늘린 재·보선 공천기준을 발표했다.  

강찬호·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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