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 반정부세력 대통령궁 장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천연자원의 보고로 꼽히는 아프리카 남동쪽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의 마르크 라발로마나나(60) 대통령이 군부의 반정부 시위대 지지로 하야 위기에 내몰렸다. 그동안 중립을 표방하던 군부가 17일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의 정적인 안드리 라조에리나(34) 전 안타나나리보 시장을 지지하고 나섰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대통령과 수도 시장 간의 갈등으로 촉발된 마다가스카르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된 것이다.

반정부 시위대는 16일 대통령궁을 점거했고, 군부도 17일 시위대를 해산하지 않고 대통령궁에 들어가 라조에리나 지지 입장을 밝혔다. 라발로마나나는 시위대 점거에 앞서 대통령궁에서 10㎞가량 떨어진 또 다른 집무실에 피신했다. 라조에리나 전 시장은 군부의 지지 선언에 앞서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의 체포를 군부에 요구했다.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라조에리나 전 시장은 지난해 12월 13일 자신이 소유한 방송국을 정부가 폐쇄한 데 반발하며 올 1월 26일부터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다. 라발로마나나는 지난달 3일 반정부 시위의 책임을 물어 라조에리나 시장을 해임했다. 반정부 시위는 격해졌으며 7일 정부의 발포로 시민 20여 명이 숨졌다.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대규모 약탈 행위도 일어나 지금까지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라조에리나는 32살의 젊은 나이로 2007년 12월 지방선거에서 63%의 지지를 얻어 수도 안타나나리보 시장에 당선됐다. 이후 마르크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의 정적으로 떠오르자 라발로마나나는 정치 탄압을 가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조치는 2008년 1월 4일 수도 안타나나리보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다. 안타나나리보시가 중앙 정부의 빚을 제때 갚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러한 조치는 오히려 국민이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라발로마나나는 6000만 달러(약 840억원)짜리 전용기를 구입하는 등 사치를 일삼아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강병철 기자

◆마다가스카르=아프리카 대륙에서 남동쪽으로 400㎞ 떨어진 섬나라로 면적이 58만㎢다. 인구는 2000만 명인데 아프리카에서는 보기 드물게 기독교 인구가 40%를 넘는다. 1만여 종의 자생 식물과 희귀 동식물의 보고로 최근 관광 산업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91달러(2007년)로 아프리카에서도 대표적 최빈국에 속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