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난 해결 돕는 네트워크 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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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작물학회 회장을 지낸 제리 넬슨(69·사진) 미국 미주리대 명예교수는 한쪽 면이 한글로 된 명함을 가지고 다닌다. 한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 때문이다. 그가 한국을 자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식량문제를 연구해온 그에게 6·25 전쟁 이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은 흥미로운 대상이었다. 지금도 미주리대 아시아센터 고문 자격으로 아시아 지역 식량난 해결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지한파 교수라서 그런지 성범현 충북대 교수 등 한국인 제자만 30명이 넘는다.

16일 저녁에 열렸던 사회봉사단체 ‘세비넷 포럼’(대표 이경자) 강연차 한국을 찾은 넬슨 교수는 “남을 돕는 것은 인간의 특성”이라고 강조했다. 세비넷 포럼은 2003년 12월부터 12차례 포럼을 열어 매번 새로운 사업을 진행해왔다. 내용을 상황에 맞게 정하고 자리에 모인 뜻있는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만들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도록 장을 제공하는 것이 포럼의 목적이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이 먹고도 남게 했다는 성경 내용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을 실천하는 봉사단체다. 이번에는 북한 식량난 해결을 위한 네트워크 구성이 목적이다.

넬슨 교수는 이 단체의 취지에 공감해 “지식과 경험을 한국 내 뜻있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이를 토대로 아시아와 북한의 식량난 해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 방한 비용을 전액 본인이 부담했다고 한다.

넬슨 교수는 포럼에서 식량공급 확대를 위한 노력을 역설했다. “세계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먹을 만한 충분한 양의 식량이 생산됩니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은 식량을 구입할 수 없기에 빈곤이 생기는 것이죠. 어렵긴 하겠지만 빈곤과 식량난을 줄이기 위해 천연자원과 인간자원을 활용해 식량공급을 늘릴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죠.”

넬슨 교수는 2006년 평양을 방문하는 등 최근에는 북한 식량난 해결에 부쩍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해 북한에 비료가 부족했지만 생산량은 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그는 북한 식량난 해결의 과제로 토질 개선과 농업 기반 확보를 꼽는다. 잦은 홍수로 인해 토질이 좋지 못하고, 농사 관계자들의 열의는 있지만 농기계, 종자 등 기반 시설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 농업과학자들과 교류도 추진하고 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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