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다국적 PC업체 국내에 뿌리 못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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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양재동에 있는 피비코리아사는 지난 4월까지 미국 개인용컴퓨터 (PC) 생산업체인 패커드벨사의 국내 지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상호 (商號) 를 쓰면서 건설업체로 '변신' 해 있다.

패커드벨사가 철수하면서 상호만 제3자가 인수, 건설업종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미국시장 점유율 10위권 안에 들어 있는 이 회사는 지난 94년 8월 국내에 진출했다.

그러나 브랜드 인지도 부족과 유통망 미비등으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끝내 철수한 것. 국내에 진출한 외국 PC업체들이 이처럼 국산 PC에 밀려 판매량이 매년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잇따라 철수하고 있다.

남아 있는 기업들도 국내 업체와의 합병을 통해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국내 업체의 유통망과 애프터 서비스망에 기대기 위해서다.

제품의 기능및 기술수준에서 국내 업체에 비해 우위에 있는 외국 PC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이처럼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내 컴퓨터업체들의 적극적인 유통망 장악과 철저한 애프터 서비스 실시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이같은 특이한 시장상황에 따라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다국적 PC회사 IPC는 이미 지난해말 부도를 내고 국내에서 자취를 감춰 PC 유통시장에 큰 혼란을 빚기도 했다.

IBM PC사업부는 지난해 LG전자 컴퓨터사업부와 합병, LG - IBM으로 발족했다.

이어 올들어 한국컴팩사도 현대전자와 합작을 추진중이다.

세계 최대 PC 생산업체인 컴팩사도 한국시장에선 명성에 못미치는 저조한 실적 끝에 토착업체로부터의 수혈이 필요해진 것이다.

대만에 본사를 둔 에이서컴퓨터도 국내 업체와의 합작을 위해 물밑교섭 중이다.

동남아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는 에이서지만 국내에선 군소업체에 불과, 고육지책 (苦肉之策) 으로 합작선을 물색중이다.

그나마 한국에서 PC사업을 계속하는 외국 업체들도 전체시장의 절반을 웃도는 가정용 수요는 포기하고 기업 수요만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상태다.

한국휴렛팩커드 (HP) 사는 올들어 가정 고객에 대한 판촉활동을 거의 중단하고 기업시장에만 전념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홈시장 달리는 에이서지만 국내에선 군소업체에 불과, 고육지책 (苦肉之策) 으로 합작선을 물색중이다.

그나마 한국에서 PC사업을 계속하는 외국 업체들도 전체시장의 절반을 웃도는 가정용 수요는 포기하고 기업 수요만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상태다.

한국휴렛팩커드 (HP) 사는 올들어 가정 고객에 대한 판촉활동을 거의 중단하고 기업시장에만 전념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홈시장 진출을 위해 광고 공세등 활발한 마케팅을 펼쳤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기업시장 중심으로 진로를 수정했다.

지난해 국내에 진출한 미국 델컴퓨터는 처음부터 비즈니스시장만을 집중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 PC가 국내 시장에서 고전하는 것은 우선 제품 가격이 국산보다 비싸고 유통망이 취약하기 때문. 애프터 서비스도 국내 업체에 크게 못미친다.

외국산 제품이 국내에 들어올 때는 8%의 관세를 물고 여기다 물류비용도 가격의 7% 이상 들어 원천적으로 가격경쟁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대리점등 유통망이 갖춰지지 않아 사후관리도 취약하게 마련. 국내 업체들의 철저한 고객 만족 마케팅을 따라가기 힘들다.

한국HP의 PC마케팅담당 김대환 (金大煥) 씨는 "외국 업체들은 PC에 치중하는데서 벗어나 주변기기등 품목을 다양화하거나 합작을 통해 돌파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외국산 PC는 95년만 해도 국내에서 11만2천대가 팔렸으나 지난해는 8만4천대로 떨어졌고 올해도 8월까지 3만3천대 판매에 그쳐 시장 점유율이 2.6%에 그치고 있다.

반면 국산 제품들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고객 붙잡기에 성공, 지난해 1백80만대 판매를 돌파하는등 꾸준한 성장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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