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 기자의 JOB 카페] 뽑아놓고 입사 취소?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경기가 어려울 땐 신규 인력을 뽑아놓고도 발령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생긴다. 하이닉스 반도체처럼 채용 예정이던 고졸 생산직을 LG디스플레이에 소개해 구제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개는 채용을 취소하거나 입사일을 하염없이 미룬다. 입사 대기자에겐 애간장이 탈 노릇이다.

기업이 실시한 시험에 합격해 입사를 기다리는 사람을 ‘채용 내정자’라고 한다. 이들은 회사에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완전히 회사의 통제권 밖에 있는 것도 아니다. 회사가 ‘연수프로그램을 이수하라’ ‘수련회에 참여하라’는 지시를 내리면 따라야 한다. 어느 정도 근로자로서 의무를 진다는 얘기다. 온전한 근로자가 아니면서 근로자로서 의무는 있는, 말하자면 고용시장의 틈바구니에 낀 사람이 채용 내정자다.

문제는 지금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채용 내정(입사)이 취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입사가 취소되면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입사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곳에 취업할 기회를 잃어버리는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일이 생기면 입사 예정일을 들여다봐야 한다. 최종 합격 통보를 할 때 대개는 입사 예정일도 함께 알려준다. 그 날짜에 맞춰 준비하라는 취지다. 법원 판례는 입사 예정일을 통보받은 날부터 ‘종업원의 지위’를 획득한 것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입사가 계속 연기되다 결국 취소되면 입사 예정일부터 취소 통보된 날까지 임금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다.

만약 최종 합격 발표만 받고 입사 예정일이 언제인지 회사가 얘기하지 않았다면 임금을 청구할 수 없다. 대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2003년 서울지방법원은 ‘채용 내정 사실(최종 합격)을 통보한 때부터 장차 정식 취업해 근로를 제공키로 하는 일종의 근로계약이 성립한다’고 해석했다.

그런데 회사의 경영 사정 때문에 취소했다면 사업 규모, 경기 전망 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적정한 채용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회사에 과실(주의 의무 위반)이 있다는 것이 법원의 해석이다. 따라서 채용 내정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찬 기자

상담할 수 있는 곳

노동부 근로기준과 www.molab.go.kr 전화 02-503-9732
공인노무사협회 www.kcplaa.or.kr 전화 02-2025-6110~2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