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학습시간이 모자라는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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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피곤한 기색에 수줍음이 많아 보이는 모습의 고2 여학생이 어머니 손에 이끌려 왔다. 노력을 하는데도 성적이 중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잘못 된 공부방법이라 판단, 효율적인 학습방법에 대해 도움을 얻고자 찾아왔다는 것.

 몇 가지 진단검사와 직접 상담을 통해 문제점을 분석해보니 원인은 잘못된 학습방법이 아니라 절대 공부시간 부족이었다. 학생은 거의 매일 학원, 과외 수업을 진행해온 터라 처음에는 믿으려 들지 않았다. 그러나 매일의 생활을 되짚어 보는 과정에서 무계획적인 학습과 불규칙한 공부시간, 수업시간의 낮은 집중도, 잡념, 불안한 심리상태, 학습 외적인 시간의 소요 등을 확인하고 실제 공부시간이 하루 2시간 남짓 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면서 “열심히 하는데… 난 안돼”라고 생각하곤 한다. 성적역전의 첫 단계는 이런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자신을 반성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매일 스터디플래너를 통해 자신의 하루를 반성하고 학습내용 및 학습량을 체크하도록 하자. 생활계획은 일주 단위로 계획하되 공부시간을 반드시 고정시켜 두고 매일 학습할 과목과 징검다리식으로 학습할 과목을 적절하게 배치, 리듬감을 갖도록 한다. 공부하려는 욕심에 무리하게 잠을 줄이려 하기 보다는 무심코 버려지는 시간에 공식, 표, 영 단어를 암기하고 생활계획표에 포함시키도록 하자. 일주일 중 하루는 2~3시간 정도 여유 있는 시간을 두어 머리를 식히거나 밀린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하는 것도 잊지 말자.

 나중에 복습하는 시간을 따로 둬 공부시간을 두배, 세배 늘이고 싶지 않다면 수업 시작 전 30초간 정신집중 시간을 갖도록 한다. 역도선수들이 역기를 들기 전 암모니아수 냄새를 맡거나 빰을 세게 두드려 정신을 집중하는 것처럼 수업 중 진행하는 내용은 그 시간에 100% 이해한다는 생각으로 정신을 가다듬고 수업을 시작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한다. 수업 중 집중력 유지를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선생님을 응시하거나 핵심사항 확인 및 노트필기를 열심히 해 보자. 질문이나 발표를 통해 에피소드(경험) 기억화하는 것도 좋다. 개인학습시간의 경우 계획 분량을 정해진 시간 내에 끝내야 하는 일종의 게임으로 생각하거나 문제풀이 시 목표 점수를 설정, 기록갱신을 하는 방식으로 학습하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이렇게 6개월 정도 성실히 절대 공부시간을 늘려나간 이 학생은 전교 150등 정도의 성적에서 80등으로 향상했다. 성적표를 받고 상기된 얼굴로 기뻐하며 다음 목표는 전교 50등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하는 학생을 보면서 올 겨울 수능 성적표를 보며 환호할 모습을 떠올리는 건 성급한 예상일까.


김종호 abc멘토 교육컨설턴트
www.abc.co.kr / 02-4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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