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 마당

미숙아 거부한 산후조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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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며칠 전 아내가 예정일보다 한달 일찍 출산하는 바람에 몸무게 2.2㎏인 미숙아를 낳았다. 다행히 산모와 아기가 모두 건강해 인큐베이터나 신생아 중환자실 신세를 지지 않고 사흘 만에 정상적으로 퇴원했다. 우리는 한달 전 미리 예약해 놓았던 산후조리원에 연락해 조기 분만으로 인해 한달 먼저 조리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했다. 산후조리원의 직원은 아무 걱정 말고 퇴원하는 대로 오라며 친절하게 응대해줘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조리원에 도착해 보니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느닷없이 원장이라는 젊은 여성이 나오더니 "미숙아는 사고 위험이 있어 받아줄 수 없다"며 무조건 나가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가 미리 계약금으로 지급한 10만원짜리 수표를 돌려주면서 말이다. 예약을 했고, 조산 사실을 알렸다고 설명했으나 소용없었다. 갑자기 거리로 쫓겨난 나와 산모, 아기는 다른 조리원에 연락해 봤지만 예약 없이는 받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집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조리원에 들어갈 것만 믿고 신생아를 위한 아무런 준비도 해놓지 않았던 우리는 이리 뛰고 저리 뛴 끝에 간신히 산모를 안정시키고 아이에게 분유를 먹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계약금까지 지불하고 예약한 산모와 아기를 단지 미숙아라는 이유로 내쫓은 산후조리원 원장의 행태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정도의 위험부담조차 감수하지 않으면서 많은 돈을, 그것도 현찰과 선불로만 받는 조리원 측의 영업행태가 못마땅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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