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하루 전 귀환한 개성공단 직원 김향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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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2007년 말부터 개성공단 내 전자부품 생산업체인 ‘매직마이크로’에 근무 중인 김향희(34)씨는 자신의 결혼식을 하루 앞둔 14일 겨우 남쪽으로 내려왔다. 13일 갑작스러운 북한의 통행 재차단으로 친지·동료들에게 미리 알렸던 결혼식조차 치르지 못할 뻔했다. 김씨에게서 현지 분위기를 들어봤다.

-공단 상황은 어떤가.

“내려오기 전까지 남북 근로자들 모두 평상시처럼 일하고 있었다.”

-통행이 재차단될 때의 분위기는.

“13일 점심식사 후 짐을 싸서 귀환 차량에 올랐는데 3시간이 지나도록 공단 입구의 북한군 초소에서 통행을 막아 느낌이 이상했다. 결국 오후 4시30분쯤 숙소로 되돌아갔다. 결혼식을 치르려면 14일에라도 돌아와야 했기 때문에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직원들과 긴급 통행에 필요한 서류를 만들어 북측 직원에게 전달했다. 북에서 14일 오전 8시30분쯤 ‘출경해도 좋다’는 통보가 왔다.”

-재차단에 대한 설명이 있었나.

“없었다. 북측 관계자들의 태도는 평상시와 다른 점이 없었다.”

-숙소에 돌아가 뭘 했나.

“현업에 복귀해 공장 일을 했다. 저녁식사 후 운동을 하거나 TV 시청 등 소일거리를 했다(공단에선 위성을 통해 남측 TV 시청이 가능하다). 어떤 이는 술잔을 기울이며 신세 한탄도 했고 삼삼오오 모여 ‘내일이면 갈 수 있겠지’라는 얘기도 나눴다. 모두 조속히 통행이 재개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통행 차단 후 생긴 문제가 있다면.

“현재까지 특별한 문제는 없다. 다만 매일 북측 근로자들에게 제공하는 간식이 떨어졌다(개성공단에선 초코파이 등 간식거리를 북측 근로자들에게 기업별로 나눠 준다). 생활 물자를 모두 남측에서 공급하는데 통행이 차단되며 우리 주재원들의 식자재도 동이 날 지경이다. 무엇보다 생산을 위한 원자재 공급이 끊겨 조만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생산한 물품도 내려오지 못하고 있어 납기일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많다.”

김씨는 15일 오후 1시 수원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는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24일 공단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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