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병들거나 다친 소 도축 전면 금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병든 소에 대한 도축과 유통을 전면 금지하는 등 유해 식품과의 전쟁에 나섰다.

오바마는 14일(현지시간)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신임 식품의약국(FDA) 국장 지명자를 발표하면서 “공중보건 개선을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농무부가 병들거나 부상한 소의 도축을 일절 금지토록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광우병 등 여러 질병 감염 위험에 노출됐던 ‘다우너(downer) 소’(일명 앉은뱅이 소)의 유통이 완전히 사라질 전망이다. 다우너 소의 도축은 이미 대부분 금지됐지만 정부의 추가 검사를 거쳐 광우병 증상이 없을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돼 왔다.

오바마는 “식품 안전을 대통령으로서뿐만 아니라 두 딸의 부모로서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의 하나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미 전역에서 683명의 감염자를 발생시키고 9명의 목숨을 앗아간 ‘땅콩버터 살모넬라 감염’ 사태를 거론하며 “올 초 땅콩 제품의 오염 소식을 접했을 때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땅콩버터 샌드위치를 먹는 딸 사샤(7)를 떠올렸다. 어떤 부모도 자신의 자녀가 점심식사 후 아프지나 않을까 걱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식품 안전 감독과 집행 업무를 단순화하고, 식품안전관련법 개정을 위해 톰 빌삭 농무장관이 주도하는 ‘식품안전실무그룹(FSWG)’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FDA가 최근 예산 부족과 인원 부족으로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FDA 기능 확대를 예고했다.

오바마는 FDA 국장에 마거릿 햄버그(53·여) 전 뉴욕시 보건국장, 부국장에 조슈아 샤프스타인(39) 볼티모어시 보건국장을 각각 지명했다.

한편 오바마의 부인 미셸도 건강한 식생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야채 위주로 된 백악관의 메뉴를 공개하고, 두 딸에게 살이 덜 찌는 음식을 먹이는 이야기 등을 언론에 소개했다. 백악관에선 유기농 음식을 선호하는 미셸의 식습관에 맞추기 위해 유기농 와인을 찾는 일까지 벌어졌다.

뉴욕 타임스는 “신선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은 부유층만의 것이 아니라, 평범하고 어려운 가정의 식단에서도 핵심 요소라는 점이 건강식 전도사 미셸의 메시지”라고 전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