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논조]우편사업 민영화 왜 필요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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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50% 이상은 우체국과 우편사업의 민영화에 반대하며 현재와 같이 국영 (國營) 으로 운영되길 원하고 있다.

우체국은 여러모로 편리하고 믿을수 있는데다, 일부 금융상품의 경우 은행 금융상품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민들이 우체국의 민영화에 반대하고, 우편 사업 자체에 문제가 없는데 왜 우체국 민영화가 필요한 것인가.

일반 국민들의 생각처럼 우체국 민영화는 필요없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우체국 민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처럼 우편예금으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심화될 경우, 일본의 금융 시스템은 더욱 더 피폐해질 것이다.

또 이처럼 불어난 우편예금은 재정투자 확대를 통해 정부 기능을 비대화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국민들도 우체국 이용의 편리함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닥칠 국민경제적 피해를 생각해야 한다.

현재 일본의 우편예금 잔고는 무려 2백30조엔을 넘는다.

이는 1천2백조엔 가량되는 일본의 총 개인 금융자산의 약 2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여러 민간 금융기관의 신용이 흔들리면서, 개인 예금이 은행에서 우체국으로 계속 이동하는 추세다.

물론 이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비호아래 안주해온 민간 금융기관의 경쟁력회복이 우선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 견해도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체국과 민간 금융기관의 경쟁력은 애초부터 기반이 다르다.

우체국은 국가 신용을 배경으로 민간 금융기관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

우체국 국영 유지의 문제점을 구조적으로 살펴보자. 현재 대장성의 자금운용부가 관리하는 우편예금은 재정상의 주요 투자 재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재정 투자가 전후 일본의 경제발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재정 투자의 이런 역할은 시대가 달라지면서 분명히 끝나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편예금등의 확대에 따른 재정 투자의 비대화는 심화되고 있다.

이에따라 재정 투자를 직접 집행하는 정부계 금융기관등 특수법인과 관료기구의 비대화는 더욱 촉진되고 있다.

그 결과 '큰 정부' 가 탄생하고, 관료들이 시장의 실패를 보완한답시고 자의적으로 재정투자 자금을 배분한 결과, 정부의 실패가 누적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우편사업을 계속 국영으로 할 경우 일본 경제는 심각한 압력을 받게될 것이다.

이에따른 값비싼 댓가는 결국 장기적으로 국민들이 치르게 될 것이다.

우선 당장은 민영화를 추진하는데 있어 여러가지 장애가 따른다.

그러나 우편사업이 민영화됨으로써 금융 시스템은 개선되고, 자금 흐름은 보다 원활해질 것이다.

이는 결국 일본 경제의 활성화와 서비스의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리 =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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