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옥외 선거유세 없애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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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회의 선거법개정 협상이 우려하던대로 여야간 주고받기식 흥정으로 마무리돼 가고 있다.

핵심쟁점의 하나였던 옥외 (屋外) 집회의 금지와 연설횟수를 대폭 줄이는 작업은 여야의 담합으로 물 건너가고 있다.

여당은 야당이 주장하는 옥외집회를 받고, 야당은 여당이 주장하는 연설횟수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막후타협을 했다.

원칙도 철학도 없이 나눠먹기식의 야합이라는 비판을 들어 마땅하다.

이번 선거법개정의 핵심은 돈 안드는 선거였다.

때문에 명칭조차 선거법개정특별위원회가 아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였다.

이름은 정치개혁으로 붙여놓고 하는 짓은 구태 (舊態) 를 반복하고 있다.

돈 안드는 선거를 위해 가장 시급히 고쳐야 할 선거운동 행태는 막대한 돈을 들여 청중을 동원하는 옥외집회였다.

1명의 청중을 동원하는데 10여만원씩 들여가며 1백만명이 모였다고 자랑했으니 그런 집회의 비용만도 천억원에 가까웠다.

특히 숫자의 경쟁을 벌이니 선거가 자연히 과열되고 사회 전체가 이런 과열경쟁에 몸살을 앓게 된다.

그런 폐해 때문에 옥외집회를 없애고 연설횟수도 대폭 줄이자는 것이었다.

야당은 옥내로만 제한하면 집회를 제한하는 것이 돼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하지만 기실은 열성청중을 동원해 옥외집회로 기세를 올려 볼 계산이고, 여당은 정당연설횟수를 3분의1로 줄였다고는 하나 그것만도 3백3회가 되므로 조직력을 이용해 소규모 집회를 많이 갖자는 계산이다.

돈선거와 과열선거의 주범격인 옥외유세는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

연설횟수도 너무 많다.

TV토론으로 유권자가 후보들에 대해 알만큼 다 알 수 있으니 최소로 줄여야 한다.

지난 대선의 경우도 후보들이 고작 80~90회의 연설회만 가졌을 뿐이다.

따라서 그 절반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여야가 지금 식의 담합으로 협상을 매듭지을 경우 깨끗한 선거에 대한 좌절로 어떤 국민적 반응이 나올지 걱정된다.

특히 대통령도 이 점에 대해 이미 경고한 바 있다.

여야는 정치개혁에 걸맞은 협상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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