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한국에 슈퍼 301조 발동의미와 앞으로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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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선협상대상국관행 (PFCP) 으로 지정됐다 해도 자동차 관세인하.세제개편.자동차 저당권 설정허용등 입법부 소관사항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

이들 분야는 우리 스스로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개선할 수 있을지언정 협상대상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

한.미자동차 협상의 실무책임자인 오강현 (吳剛鉉) 통상산업부 통상무역실장은 2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한국에 대한 슈퍼 301조 발동을 "매우 실망스러운 일" 이라면서 이처럼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슈퍼 301조를 발동, 한국을 PFCP로 지정함에 따라 한.미 양국을 오가며 3차에 걸쳐, 그것도 기일을 계속 연장해가면서 행해졌던 양국간 자동차협상은 결렬됐다.

물론 PFCP 지정이 곧바로 보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더욱이 미국이 그동안 301조를 발동하면서 실제 보복조치를 취한 전례도 없다.

또한 결렬로 끝나긴 했지만 협상과정에서 양쪽의 의도를 대부분 파악했고 상당부분에 대해서는 양해와 의견접근이 이뤄진터라 앞으로의 본격적인 협상과정 또한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그러나 미국이 시기적으로 미묘한 시점에서 예상외의 강수를 선택했다는 점 때문에 감정의 골은 적잖게 파였고 이것이 앞으로 자동차뿐 아니라 한.미 양국의 통상관계전반에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대표단은 미국측 의견이 강.온 양쪽으로 갈라져 있긴 하지만 '가급적 슈퍼 301조를 피하려는 쪽' 으로 돌아간다고 느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자동차업계와 상.하원의원들이 클린턴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슈퍼 301조 발동을 촉구하는등 미국내 압력이 강해지면서 미 행정부는 결국 초강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미국의 선택에는 통신.지적재산권.농산물등 한국시장에 관한한 두드려서 열리지 않은 적이 없다는 과거의 경험이 주요한 배경이 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측 입장은 전에 없이 분명하다.

국제기준에 비추어 불합리한 제도가 있으면 검토하겠지만 요구.위협한다고 들어주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필요하면 WTO제소등 모든 대응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WTO 제소는 슈퍼 301조 자체를 제소한 나라가 없었다는 점등을 감안해 미국이 실제로 보복조치를 결정한 후가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도 슈퍼 301조를 발동하긴 했지만 향후 수순이 쉽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최근 한.미 교역은 한국이 연간 1백20억달러 적자다.

이는 실제 보복이 이뤄질 경우 우리보다 미국이 입을 피해가 더 클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의 PFCP지정도 한국에 자동차를 더 팔겠다는 것이라기 보다 자국 자동차산업의 수출에 잠재적 위협요인이 되고 있는 한국업계의 증설계획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런만큼 이번의 PFCP 지정자체에 너무 흥분할 것 없이 분명한 원칙을 갖고 앞으로의 본격적인 협상에 대비하는 노력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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