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한국인 이라크서 피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서울의 변두리 다세대 주택
보증금 100만원, 월세 10만원
지하 셋방에서
이라크의 밤하늘을 꿈꾸던
청년이 있었다.

월급 200만원에
목숨 걸고 아랍어를 갈고 닦아
돌아오면 대학원도 가고
현지 선교도 하고 싶던
미혼의 청년…

이라크인은
여름 밤이면
지붕으로 올라가
별과 함께 잠든다고 한다

한밤에도 30도를 넘는 열대야,
숨막히는 열기와 습기를 피해
별과 함께 잠드는
신비로운 중동의 밤…

서울의 지하 단칸방에서
꾸던 꿈은
이라크의 지붕 위에서
별처럼 쏟아졌을까

아랍인이 좋아
그들의 나라로 달려갔던
청년의 목숨이
테러리스트의 칼 아래 섰다

살아 돌아오라,
살려 돌려보내라.

당신들의 옥탑방과
우리들의 지하방이
별을 보고, 꿈을 꾸던 자리
서로 다르지 않은
소박한 이들의 만남이 아닌가.

참혹한 칼날만은
거둬달라.

죽지 말라,
죽이지 말라…
그 누구도.

* 통역 요원으로 이라크에 간 김선일씨가 현지 무장세력에 억류됐다. 피랍 사실은 21일 알려졌다. 억류한 자들은 그의 목숨을 24시간으로 못박았다.

배노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