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넘은 인술 20년 '제주의 테레사' 엔다 수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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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그저 내 이웃을 돌본다는 마음뿐이었는데…. "

칠순을 넘긴 나이에 걸맞지 않게 고운 얼굴,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 조국 아일랜드를 떠나 이역만리 머나먼 나라에 사는 제주도북제주군한림읍 성이시돌의원 원장 엔다 (74.본명 메리 스턴톤) 수녀. 국경을 초월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사랑의 인술 (仁術) 을 베풀어온 그녀가 올해 18회를 맞는 만덕봉사상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만덕봉사상은 1792년 (정조 16년) 이후 제주섬에 4년간 기근으로 아사 (餓死) 하는 사람들이 넘칠 무렵 자신이 모은 전 재산을 털어 그들을 구한 김만덕 (金萬德.1739~1812) 여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제주도가 제정한 상. 엔다 수녀는 첫 외국인 수상자다.

엔다 수녀는 50년 아일랜드 국립의대를 졸업, 6.25 직후인 55년 한국땅을 밟은 뒤 목포.삼척등을 거쳐 76년부터 20여년 동안 줄곧 제주에서 살고 있다.

변변한 의료시설이 없던 제주에서 아일랜드수녀회가 운영하는 이시돌의원은 불우한 이웃과 소외계층의 보금자리. 그녀가 지난해 방문해 무료진료한 환자도 1백87명, 돌보는 장애인도 10여명. 엔다 수녀의 손에서 피어나는 이웃 사랑은 한이 없다.

엔다 수녀는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을 위한 봉사의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며 끝없는 사랑의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제주 =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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