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낡은 수도관 교체에 주민들 마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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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은 지 10년 이상된 아파트의 낡은 수도관 교체를 둘러싸고 주민들 사이에 마찰이 일고 있다.

낡은 수도관에서 나오는 녹물로 주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으나 이를 교체하기 위해선 거액의 공사비 부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86년 준공된 대구시수성구지산동 목련아파트 (12개동.7백70가구)에서는 지난 5월부터 녹물이 나와 주민들이 생수를 길어다 먹거나 정수기로 걸러 먹고 있다.

대구시가 수도관의 일부를 지난달 바꾸기도 했지만 녹물이 여전히 나오는데다 4, 5층은 수압이 떨어져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실정. 이 아파트는 수도관 교체를 위해 그동안 2차례 주민총회를 열었으나 결론을 얻지 못하고 있다.

공사비로 한가구에 10만~20만원정도 물어야 하는데 물사정이 나은 1, 2층 일부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 아파트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수선충당금을 한달에 2천원정도씩 걷고 있으나 그동안 정화조공사등에 사용해 수도관 교체공사비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고 말했다.

이에 앞서 달서구본동 청구2차그린맨션 (86년준공.6백72가구)에서도 지난 7월 입주민 대표회의가 수도관 교체 공사비 4억5천여만원을 한가구에 1백20만~1백70만원씩 할당하자 일부 주민들이 "대표회의와 공사업체간에 뒷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 며 반발, 진통을 겪었다.

아파트문제연구소 이원훈 (李元勳) 소장은 "아파트 수도관 교체를 둘러 싼 상담의뢰가 연구소에만 최근 6건이 들어 와 있다" 며 "수도관 교체공사는 아파트 보수비용가운데 가장 많은 돈이 들어 가기 때문에 평소 수선충당금을 차근 차근히 모아 두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이들 아파트의 수도관으로 사용된 아연도금강관은 이같은 이유로 94년부터는 사용이 금지되고 있다.

대구 =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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