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월드컵 축구]한-일전 후반 공격 맞대결서 승부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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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정신력' 의 승리였다.

28일 98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 한국 - 일본의 1차전은 본선 진출의 관건이 걸린 경기였다.

그만큼 양팀 감독의 보안도 철저했고,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도 양팀의 전략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날 전반은 다소 의외였다.

일본의 가모 슈 감독은 "기선을 잡겠다" 는 전날 인터뷰와 달리 초반 조심스런 경기를 펼쳤다.

허를 찔린 것이었다.

한국의 차범근감독은 "전반전을 득점없이 비기는 것이 승리의 관건" 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승부는 후반에 걸겠다는 의도다.

차감독은 일본의 체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일본의 초반 맹공세를 두터운 수비로 막아낸다면 후반 골 결정력이 우세한 한국의 승리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본이 반드시 승리를 따내야 하는 경기에서 초반부터 맹공세를 펼칠 것이란 전제였다.

그러나 가모 감독은 한국의 작전을 역으로 찔렀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후반에 승부를 걸었다.

후반 선취골은 이처럼 팽팽한 경기에서는 결승골이나 다름이 없었다.

결국 전반은 양팀의 기습이 서로의 두터운 수비벽에 막혀 다소 소강상태로 이어졌다.

이에따라 경기는 양팀이 후반에 맹공세를 펼치며 화끈한 공격축구로 맞대결을 펼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 순간 발생했다.

한국이 공격축구로 전열을 가다듬기도 전에 일본의 공세로 선취골을 허용하고 만 것이다.

한국이 MF진의 진용을 공격진용으로 정비하기 전에 수비에 치중했던 MF들의 공백을 일본이 파고든 것이었다.

더욱이 이날 일본이 날린 중거리슈팅중 상당수는 사실 한국이 급수혈한 GK 김병지의 약점을 간파한 것이었다.

안정감 있고 민첩한 플레이가 장기인 김병지의 약점은 앞으로 많이 나온다는 점. 김병지가 나온 틈을 타 빈 골문을 노린다는 전술이었다.

이 전술은 적중했다.

후반20분, 최전방까지 침투한 수비형 MF 야마구치는 수비수를 제친 뒤 보지도 않고 김병지의 머리 위로 볼을 띄워올렸다.

남은 시간은 25분. 일본의 광적인 응원열기 탓에 한국선수들은 지친듯이 보였고 야마구치의 선취골은 결승골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국선수들은 모든 것에 뒤떨어졌던 이날 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놀라운 투혼을 발휘했다.

차감독의 후반 막판 작전, 즉 최전방까지 최대한 빠르게 볼을 실어날라 선수들의 집중적인 문전대시로 골을 노린다는 전술을 거의 기계적으로 실행했다.

한국은 미친듯 일본의 골문을 파고들었고 비기기만 해도 성공인 경기에서 동점골과 결승골을 터뜨렸다.

체력소진과 일방적인 분위기를 극복하고 한국이 역전승을 거둔 것은 역시 투혼이었다.

도쿄 = 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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