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태의 gongshin 학습노하우] 가장 취약한 부분은 알 때까지 보고 또 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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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MBC 토요예능 ‘공부의 제왕’ 프로에 출연한 바 있다. MC로 방송 녹화 후 출연 학생들의 학습지도를 해야 했는데, 그때 출연했던 학생들이 참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공부를 여태껏 해본 적이 없었고 부모님이 안 계시거나 형편이 매우 어려운 친구들이었다. 이들의 성적을 올려주어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것이 나의 임무였다.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카트로 문제집을 쓸어 담았다. 주어진 시간은 한 달 남짓, 한시라도 빨리 공부를 시켜 이들에게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마음이 급해져 그날부터 책상에 앉혀 놓고 문제집을 마구 풀고 채점하고 설명하고, 마치 과외선생님처럼 못하면 다그치기도 했다.

그런데 일주일을 보내자 성적이 오르긴 커녕 떨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지쳤고 ‘역시 우린 안 돼’라며 지겨워하고 좌절하기 시작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진도 욕심에 문제집은 꽤 풀었지만 건성이었기 때문에 시험 보면 조금도 오르지 않을 게 뻔했다. 어디까지 배웠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 보였다.

하다 하다 안 돼서 교재를 바꿨다. 교과서였다. 이유는 학교에서 이미 한 번 배웠던 책이었고 또 가장 간단한 교재였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이 교과서를 무시하는데 이유를 물어보면 너무 쉽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학생 중 실제로 교과서 연습문제를 다 풀 수 있는 학생은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어쨌든 나는 모든 욕심을 버리고 한 페이지라도 제대로 알려주겠노라고 생각을 바꿨다. 학생들에게 매 페이지를 최소 3번 정독시켰다. 기본문제도 마찬가지로 3번 반복해 풀었다. 한 단원이 끝나면 또 복습을 시켰다. 물론 그래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왜”라고 물어봤을 때 조금이라도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표시를 해놨다가 다음 날까지 학교 선생님이나 필자에게 물어보도록 했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알아와야 했다.

지난 칼럼에서 복습과 질문을 강조한 바 있다. ‘공부의 신’이라니 공부 잘하는 마술이라도 알려줄 줄 알았는데 너무 간단하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원래 그렇다. 진리란 언제나 단순한 곳에 있듯 공부 잘 하는 방법 또한 복잡할 것이 없다. 공부한 것 그날그날 복습하고 자기 스스로 혹은 선생님께 계속 질문을 던져보라. 이 글을 읽는 누구도 성적이 오를 거라 확신한다. 오히려 우린 공부를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고 특별한 요령만 찾느라 공부를 시작하기도 전에 지치곤 했다.

학생들은 언어·수리·외국어 수능 영역별로 평균 23점·14점·15점이 올랐다. 가장 많이 오른 경우 이 짧은 기간에 한 과목에서만 58점이 오르기도 했다. 이들은 한 단원을 완파하여 자신감을 찾자 다른 단원에서도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도 풀 수 있는 문제가 생겼다”고 기뻐 외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심지어 ‘알게 되니 재밌다’는 말까지 하게 되었다. 욕심부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것이 결국 가장 빠른 길이었다고 생각한다.

부디 공부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이런저런 걱정 따윈 마음 깊은 곳에 밀봉해 버리고 당장이라도 가장 취약한 부분을 펼쳐라. 그러곤 알 때까지 보고 또 보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그렇게 가장 취약한 부분을 자신 있는 부분으로 하나씩 바꿔나가다 보면 누구라도 공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에게 공신의 원래 뜻처럼 ‘공부가 신나게’ 되는 그런 날이 오게 되길 기원하며 짧은 칼럼을 마친다.

강성태 『공부의 신 강성태의 공부혁신』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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