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돈정치'개혁 어디 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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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돈정치' '돈선거' 개혁은 결국 이런 식으로 흐지부지되고 마는가.

全.盧비리와 한보사건을 겪으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이뤘던 정치개혁은 지금 좌절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회를 파행시키면서까지 정치개혁특위 구성을 놓고 다투더니 30일간의 특위활동 결과 역시 내놓을 것이 없다.

이제 대선이 80여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선거규칙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 정치와 국회의 수준이다.

특위의 활동시한을 20일 연장한다는데 지금 보아서는 연장해봐야 돈선거 개혁에는 접근도 못하고 여야의 적당한 타협으로 얼치기법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 여야가 합의한 내용이라는 것은 지엽말단적인 것들 뿐이다.

미타결된 쟁점에서도 우리가 촉구했던 돈 안드는 선거,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에 필요한 개혁조치는 언급조차 안 되고 있다.

고작 지정기탁금을 어떻게 배분하느냐를 놓고 돈싸움이나 벌이고 TV 토론, 유세를 합동으로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유불리 (有不利) 만 따지고 있다.

돈 안드는 선거를 위해 우리는 대중연설회의 폐지, 지구당 조직을 포함한 사조직의 개혁등 과감한 조치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야당은 아직도 옥외연설을 주장하고 있고 여당은 정당의 활동비를 선거비용에서 제외하자고 고집하고 있다.

정치자금의 투명성에는 접근조차 안하고 있다.

음성적 정치자금의 정치권 유입을 막기 위해서는 이런 돈에 대해 처벌을 해야 하는데 처벌조항을 신설하는 문제는 아예 논의조차 안하고 있다.

또 투명성을 위해 정치자금의 입출금은 선관위에 등록한 한 계좌로만 하자는 제안등도 거들떠보지 않고 있다.

여야는 시간이 급하니 선거법만 손대고 나머지 정당법.정치자금법은 내년으로 넘기자는 명분을 내세우는 모양인데, 결국 정치자금과 관련된 이러한 조항에 손대기 싫다는 소리일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시간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정치권은 이러한 개혁없이 누가 대통령이 된들 나라의 장래가 암담할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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