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분위기는 사철이 다르다.
봄이 새벽이라면 여름은 낮이고 가을은 석양빛이 드는 저녁이고 겨울은 풍경소리만 뎅그렁거리는 밤이다.
절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일 때는 석양 무렵이다.
잔광이 고색창연한 단청에 호롱불처럼 은은하게 비춰들 때 산사는 주위의 풍광을 배경 삼아 사색하는 수행자 모습으로 바뀐다.
가을 만끽 산사 20선은 남의 눈으로 본 상식을 빌릴 것이 아니라 자신의 눈으로 감상하고 사색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야 자신의 속뜰도 깊어지고 드러난 풍광뿐 아니라 산사의 감춰진 진면 (眞面) 을 만날수 있다.
산사는 그곳에 이르는 길이 절경이므로 충분히 감상하며 마음의 눈으로 올라가길 빈다.
여유가 있으면 절에서 하룻밤 묵기를 바란다.
밤에 정랑 (화장실)에 가는 길에 아!
하고 별들을 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고 세속을 여윈 절의 속 모습은 새벽에 보이기 때문이다.
요즘 답사 경향은 겉풍경만 너무 좇다 속풍경은 놓치지않나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리고 절의 주인공은 스님. 종교를 떠나 스님과 인사, 혹은 단 한마디라도 나눠보아야한다.
운이 좋으면 인생길을 되돌아보게 하는 덕담도, 살아 있는 절의 역사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정찬주 (소설가. '암자로 가는 길'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