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을 … 머무르고 싶은 山寺 20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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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산사의 분위기는 사철이 다르다.

봄이 새벽이라면 여름은 낮이고 가을은 석양빛이 드는 저녁이고 겨울은 풍경소리만 뎅그렁거리는 밤이다.

절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일 때는 석양 무렵이다.

잔광이 고색창연한 단청에 호롱불처럼 은은하게 비춰들 때 산사는 주위의 풍광을 배경 삼아 사색하는 수행자 모습으로 바뀐다.

가을 만끽 산사 20선은 남의 눈으로 본 상식을 빌릴 것이 아니라 자신의 눈으로 감상하고 사색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야 자신의 속뜰도 깊어지고 드러난 풍광뿐 아니라 산사의 감춰진 진면 (眞面) 을 만날수 있다.

산사는 그곳에 이르는 길이 절경이므로 충분히 감상하며 마음의 눈으로 올라가길 빈다.

여유가 있으면 절에서 하룻밤 묵기를 바란다.

밤에 정랑 (화장실)에 가는 길에 아!

하고 별들을 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고 세속을 여윈 절의 속 모습은 새벽에 보이기 때문이다.

요즘 답사 경향은 겉풍경만 너무 좇다 속풍경은 놓치지않나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리고 절의 주인공은 스님. 종교를 떠나 스님과 인사, 혹은 단 한마디라도 나눠보아야한다.

운이 좋으면 인생길을 되돌아보게 하는 덕담도, 살아 있는 절의 역사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정찬주 (소설가. '암자로 가는 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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