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기아 법정관리 최후통첩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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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아그룹 채권단은 26일 하루종일 채권단 운영위원회.은행장회의.종금사 사장단회의등 금융기관별 회의를 잇따라 열어 기아그룹 처리방향에 대한 절충작업에 나서는등 긴박한 움직임. 그러나 금융기관별로 이해가 워낙 엇갈려 회의마다 장시간 토의가 계속되는등 난항을 겪었다.

은행장회의에 앞서 열린 운영위원회는 오전 10시30분에서 오후1시까지 무려 2시간30분간에 걸쳐 진행됐다.

논의는 주로 기아자동차에 대한 처리방안에 집중됐다.

특히 산업은행의 경우는 이미 기아특수강이 스스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이라는 입장을 회의전에 통보받고 그 사실을 다른 기관에 알리기도 했다.

또 각 기관들은 이날 운영위원회 이전에 이미 기아자동차의 처리방안을 결정해 놓은듯 회의 중간에 관계자들이 나와 본점으로 "우리가 예상했던 방향대로다" 라는 연락을하기도. 회의중간에 법정관리를 선호하는 일부은행은 법정관리를 직접 주장하기 보다는 화의의 부작용을 설명하는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실무진들의 회의등을 거쳐 처리방안에 대한 결정을 내린 종금사대표들은 A급어음 할인금리 (연 11.3%) 이상의 금리보장등을 전제로 화의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펴며 법정관리 불가론을 펼쳤다.

*…종합금융사등 일부 금융기관이 기아의 화의조건을 채권단에 유리하게 고쳐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재정경제원은 어디까지나 채권단과 기아가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고 강조. 채권단의 결정이 어떤 식으로 나든 정부는 개입하지 않은채 '법대로.원칙대로' 처리하자는 것. 그러나 금융정책실을 중심으로 이날 하룻동안 진행된 채권단의 각종 회의결과를 계속 체크하면서 채권단 관계자들과 전화협의를 계속하는등 긴장된 움직임. 재경원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지역 정서.대선 표등을 의식, 막판에 기아를 돕는 쪽으로 극적인 반전을 꾀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 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이같은 반응은 채권단이 내건 조건이 기아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분석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기아사태를 푸는데는 화의보다 법정관리가 효과적이라는 말을 꾸준히 흘리고 있는 실정. 재경원 관계자는 "채권단이 내건 화의조건을 기아가 일단 받아들였다가 나중에 안 지켜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며 "이렇게 되면 결국 화의가 다시 깨져 기아도 더 어려워지고, 금융기관도 골병드는 것 아니냐" 고 반문. 이 관계자는 또 "화의에 들어가도 추가 자금지원이 없으면 기아가 살아나기 어렵다" 며 "어차피 추가로 돈이 들어간다면 채권단 입장에서는 나중에 돈을 돌려받기 수월한 법정관리가 나을 것" 이라고 설명. 송상훈.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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