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주유소 이색 마켓팅…2만원어치 기름에 5만원짜리 구두티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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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경기도 일산에 사는 박씨는 얼마전 집 부근 주유소에 갔다가 희한한 경험을 했다.

2만원어치 기름을 넣었더니 5만원짜리 구두 티켓을 주는 것이었다.

브랜드는 한때는 꽤 알려졌던 K사 제품이었다.

사정을 알아보니, K사는 몇년전 부도가 난 업체인데 얼마전 채권단이 운영을 맡으면서 추석을 계기로 사은증정권을 대량 발행, 주유소등을 통해 배포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문제는 '그래도 5만원이면 괜찮다' 싶어 티켓 뒷면에 적인 매장을 찾았더니 5만원짜리 구두는 찾을 수가 없고 대부분 9~10만원짜리란 점이었다.

두장을 가져와도 한 사람이 한장밖에 쓸 수 없었다.

자신의 돈을 4~5만원을 더 내야 구두를 사는 셈이었다.

시중가격을 생각하면 싼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티켓이 없으면 제돈을 줘야하기 때문에 속임수도 아니었다.

결국 K제화 입장에서는 재고품을 헐값에나마 팔 수 있고, 주유소는 고객들에게 공짜로 생색을 낼 수 있는 것이었다.

이 티켓은 유가증권인 상품권이 아니라 비매품인 '사은증정권' 이라 법적으로도 하자가 없었다.

박씨는 제화점을 나서면서 '이색 마켓팅 방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뭔가 개운찮은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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