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용 LG전자 부회장 “우리 제품 왜 사셨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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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제품을 택한 동기를 알고 싶어요. 구매 결정은 누가 하셨나요?”

남용(얼굴) LG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출장길에 술리에만이라는 현지인의 자택을 찾아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 집에 LG TV와 세탁기가 비치돼 있는 걸 보고서였다.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와 함께 지난해 10월 문을 연 두바이몰에도 들러 경쟁사 매장의 제품 구성과 판매 상황을 손수 챙겼다.

남 부회장은 최근 2주일 동안 UAE·남아공 등 5개국을 돌며 이런 활동을 벌였다. 방문국마다 두세 곳의 가정집, 전자제품 매장을 돌며 고객 반응을 살폈다. 제품에 대한 불만도 꼭 물어봤다. 그는 2007년 취임 이후 해외 출장 때 ▶현지 가정 방문 ▶매장 점검 ▶현지법인 직원과의 대화 등 다섯 가지를 실천해 왔다. 이른바 ‘5필(必) 경영’이다.

LG전자에 따르면 남 부회장은 취임 후 해외에서 200곳 넘는 가정을 방문했다. 해마다 70여 개국을 찾는데 나라마다 두세 곳을 들른 셈이다. 두 시간 넘게 면담한 경우도 있다. 집주인의 전자제품 선호도를 비롯해 자택 실내 구조와 관습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대화가 번지기도 한다. 남 부회장은 “좋은 제품을 만들려면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통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늘 강조해 왔다.

그의 해외 현장 점검은 현지법인 사람들에겐 긴장된 순간이다. 서아프리카법인장인 박병우 상무는 “남 부회장이 찾는 가정이나 매장은 임직원들의 ‘사전 정지작업’을 막으려고 현지 컨설팅업체가 선정한다. 현지법인장조차 그가 어디를 갈지 모를 뿐 아니라 따라오지도 못하게 한다”고 전했다. 그는 “방문 가정에 LG 제품이 없으면 경쟁사 제품이 뭐가 좋은지, LG 제품이나 애프터서비스는 뭐가 문제인지를 캐묻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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