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프로근성이 일궈낸 ABC우승 드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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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기적이었다.

그 기적은 마지막까지 프로다운 근성을 발휘했기에 가능했다.

큰 승부에서 골밑을 비우고도 승리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골밑은 시작전부터 이미 붕괴돼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기둥센터 서장훈이 귓병으로, 파워포워드 전희철은 오전훈련중 탈수증세로 쓰러져 링거 주사를 맞고 출전하는등 센터진이 난조를 보여 제공권의 일방적인 열세를 안고도 막판 역전극을 연출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주전 대부분이 프로선수였고 프로다운 근성을 발휘했기에 가능했다.

프로다운 저력은 후반에 절정을 이뤘다.

서장훈의 5파울 아웃에 이어 전희철.정재근.이상민.양희승이 모두 4파울에 걸린 후반10분쯤부터 한국은 초인적인 냉정함을 유지, 막판까지 외줄을 타는 듯한 시소를 벌일 수 있었다.

한국은 전반 일방적인 제공권 열세를 보였지만 전희철.정재근.서장훈 등이 수비에서 집중력을 발휘했다.

공격에서 골밑공격은 '양념' 이었고 큰 줄기는 역시 문경은.양희승 등의 외곽슛으로 이어 나갔다.

특히 전희철이 돋보였다.

전은 수비에서 일본의 기둥 야마사키 (2m16㎝).후루타 (1m99㎝) 와 끈질긴 몸싸움을 벌여 골밑 초토화를 막았다.

결정적인 기회가 아니면 무리한 골밑슛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장기인 외곽슛을 활용, 일본 센터들을 외곽으로 끌어내 문경은.정재근.김승기 등의 드라이브인이 가능할수 있게 했다.

전희철이 보여준 플레이의 압권은 역시 1분여를 남기고 터뜨린 결승골이었다.

종료 2분여를 남기고 2차례의 외곽슛을 던져 모두 실패하긴 했으나 전희철을 전담마크하는 일본 센터 도미나가는 전희철이 김승기로부터 볼을 받는 순간 이미 몸의 중심을 3점라인 밖으로 던지고 있었다.

전은 도미나가가 생각지도 않았던 드라이브인으로 골밑을 파고들었고 다급하게 달려드는 다카하시의 블로킹을 피해 림 반대편으로 점프, 리버스 레이업슛을 성공시켰다.

1분을 남기고 양팀이 2차례씩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는 과정에서도 한국은 프로다운 관리능력으로 고비를 넘었다.

34초를 남기고 얻은 마지막 공격기회에서 양희승이 무리한 슛을 시도해 공격권을 넘겨준 것이 옥에 티였지만 일본 슈터 오리모의 마지막 자유투가 빗나가는 순간 백업맨이었던 강동희가 리바운드를 낚아채는 장면은 백미였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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