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직개편,조순총재 첫작품 '절반의 성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민주당의 당직개편은 신선감이나 중량감은 없지만 조순 (趙淳) 총재로서는 '절반은 성공' 했다는 평가다.

국민통합추진회의 (통추) 를 끌어안는데는 실패했으나 자신의 제자그룹들을 요소에 배치하는데는 일단 성공했기 때문이다.

趙총재는 사무총장에 이기택 (李基澤) 전총재의 입김이 적은 인사를 임명한다는 방침아래 통추의 노무현 (盧武鉉) 전의원을 일찍이 점찍었다.

나중에는 "사무총장이나 선대본부장중 택일하라" 는 제의까지 건넸다고 한다.

그러나 盧전의원이 이를 거절, 이규정 (李圭正) 총무를 총장으로 임명하고 선대본부장은 공석으로 남겨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통추의 김홍신 (金洪信) 의원을 당8역인 홍보위원장에 임명함으로써 통추세력을 끌어올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됐다.

金의원은 일단 고사의 뜻을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趙총재측은 결국 盧전의원이 선대본부장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趙총재는 이번 인선에서 친정체제 구축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자금과 총무를 담당하는 수석사무부총장직을 신설해 자신의 제자인 김동수 (金東洙) 전펩시콜라 한국지사장을 임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기업경영을 도입하는 동시에 돈 문제에 관한한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섭외담당부총장을 신설해 역시 제자그룹인 김상남 (金相男) 정책특보를 임명한 것도 앞으로의 영입작업을 주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趙총재는 정책위의장에 자신의 애제자인 김승진 (金勝鎭) 외대교수 (무역학) 를 영입, 타당과의 정책경쟁에 대비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그러나 과연 학계인사가 현실정치의 정책을 제대로 요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趙총재는 또 참모그룹중 당직을 맡지 않은 인사들을 다음주중 출범할 대선기획단에 대거 발탁해 당무와 선거기획을 분리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趙총재는 이번 인선에서 이범준 (李範俊) 전교통장관을 부총재로 영입했다.

趙총재는 오랜 친구로 예비역육군중장, 11.12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李전장관의 영입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李전장관은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부총재 임명은 나의 뜻과는 전혀 무관하며 앞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당적을 갖지 않겠다" 고 단언했다.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대표와 이인제 (李仁濟) 전경기지사와 같은 전주李씨 대동종약원의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데다 민주당의 승리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이유에서다.

趙총재로선 사실상 '영입1호' 로 끌어들인 그가 끝까지 부총재직을 고사 (固辭) 할 경우 난관에 부닥치게 된다.

김현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