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족주의와 남북관계'등 40代 진보학자 연구서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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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40대 전후 중견학자들이 지난 10여년간의 연구성과를 단행본으로 묶거나 학위논문을 출간하는 일이 줄을 잇고 있다.

대부분 80년대 이후 소장진보학자들로서 실천적인 주제를 놓고 치열하게 이론적 활동을 해왔던 연구자들이다.

철학.종교.사회.역사.문학 등 각 분야에서 나타나는 이같은 경향은 민주화.사회변혁 등 거대이론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폄하 (貶下) 되고 있는 현재의 지적 분위기에 비춰보면 다소 의외. 그러나 바로 이런 시점이 자신의 연구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새로운 이론적 모색이 가능한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이미 출간된 것으로 도진순 교수 (창원대.한국사) 의 '한국민족주의와 남북관계' (서울대 출판부刊) , 김동춘 교수 (성공회대.사회학) 의 '한국사회과학의 새로운 모색' (창작과비평사) , 이세영 교수 (한신대.한국사) 의 '한국사연구와 과학성' (청년사) , 윤승용 박사 (종교학) 의 '현대 한국종교문화의 이해' (한울) 등이 있다.

'한국민족주의와 남북관계' 는 도교수가 지난 10여년간 관심을 가져온 분단과 민족주의 관계를 조망한다.

45~49년까지 현대사의 기본축을 한미관계와 남북관계로 설정하고 이승만.김구 등 남한 우익진영의 분화와 대립을 민족주의 개념과 관련해 분석하면서 개방성과 민족적 주체성을 결합한 '열린 민족주의' 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 사회과학의 새로운 모색' 은 김교수가 한국 사회과학의 부재 현실을 치열하게 비판하면서 '비판적 사회과학' 의 구축을 시도한다.

80년대 전후 진보적 학자들 사이에서 논의된 다양한 주제를 포괄하면서 사회과학의 부재 원인을 이념주의적 편향에 따른 '사실' 의 결핍에서 찾는다.

'한국사 연구와 과학성' 도 역사연구방법을 둘러싼 진보적 연구자의 고민을 이교수 나름의 관점에서 정리하고 있다.

18세기 실학사상에서 시작해 해방 이후 민족주의사학.이념사학.분단사학 그리고 80년대 이후 민중사학으로 이어진 역사연구의 방법론을 검토하면서 앞으로의 역사학은 '인간적이면서 과학적인 역사학' 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윤박사의 '현대 한국종교문화의 이해' 는 서구 기독교적 모델에 입각한 종교학 연구를 비판하면서 해방 이후 제3공화국.유신체제.제5공화국에서 종교의 내적 역동성과 한국사회 변화 사이의 상호관계를 설명하고 이같은 한국사회의 역동성 속에서 한국 종교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결론맺고 있다.

이외에도 80년대 당시 소장 사회과학연구자들의 중심적 역할을 한 조희연 교수 (성공회대.사회학) 를 비롯 각 분야의 중견 연구자들이 한국사회를 분석한 논문을 모아 출간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국사회를 분석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 이론과 실천의 통일을 통해 한국사회에 맞는 이론생산이 요구되었던 80년대의 특수한 정세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조희연 교수는 "80년대만큼 이론적 생산이 역동적인 시기가 없었다" 며 "이 시기의 성과를 오늘의 정세에도 적합한 보편적 이론으로 만들기 위한 이론적 반성작업이자 새로운 이론을 창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 이라고 설명한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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