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구에서]11.강화 선두포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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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선두포구 (인천광역시강화군길상면선두4리) . 관광객이 많은 강화에서 유독 외로움을 타는 곳이다.

포구주변은 물론 마을에 숙박시설이 전혀 없고 음식점이래야 단 한곳. 이 마을슈퍼마켓은 아이스크림을 팔지않는다.

사먹는 사람이 없어 냉장고 유지비를 감당하기가 힘들단다.

"70년대 후반만해도 1백t.50t급 대형 선박이 10여척이나 돼 흥청거렸던 적이 있었지요. 지금은 5t미만의 소형어선 25척으로 하루하루를 꾸려갑니다." 선두포구 어촌계장인 정찬열 (45) 씨는 70년대 만선의 영화가 사라진 것을 못내 아쉬워한다.

마을인구는 60가구에 1백50여명. 40대이상 중장년층, 10대이하 청소년이 많은 전형적인 어촌이다.

배가 들어오는 통로인 갯골주변 개펄은 70년대 갯지렁이잡이의 적지. 당시 갯지렁이는 일본에 수출돼 1인당 하루잡이로 열흘 생계가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열심히 호미로 흙을 파보아도 하루벌이는 8만원 남짓. 고기잡이는 2~3명. 부부 혹은 부자등 가족중심의 조업을 한다.

갯골이 얕아 모선 (25척) 은 갯골입구에서 대기하고 잡은 어획물은 모선에 딸린 새끼배인 모터보트에 실어 선착장까지 운반된다.

오전 4시에 나가 모터보트가 선착장에 들어오는 시간은 오후 2시. 이 시간이 되면 10명이상의 마을사람들을 만나게된다.

지금은 젓새우철. 선착장에 들어오는 모터보트에 실린 플래스틱통에는 젓새우가 가득하다.

선두포구에는 어시장이 없다.

한꺼번에 모아 수협에 넘기거나 알음알음으로 찾아온 사람들에게 판매된다.

주민들은 올해 기대를 걸었던 실뱀장어잡이가 신통치 않다고 울상이다.

선두포구에서는3월~5월까지가 실뱀장어잡이기간. "작년에는 시라시잡이로 1억여원을 번 배도 있어요. 그러나 올해는 3천만원이 고작이예요. 고기도 환경오염에 민감한가봐요. " 선두포구 어민들은 간척사업으로 1백만평의 논을 경작하는 인근 농장의 수문이 열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논물을 대느라 평소 물을 가둬두니 물이 썩게되고 호우때만 썩은 물을 방류하니 고기가 떼죽음을 당한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앞으론 서울사람들을 유어선 (遊漁船)에 태워 낚시를 하게 하거나 어부생활을 체험케하는 새 길을 찾아야 할까봐요. 유어선에 18명이 신청을 했는데 내년에는 허가가 나오겠죠. " 전문성 (69) 씨는 고기잡이만으로 포구에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선두포구 (강화) =송명석 기자

[여행쪽지]

▶교통 = 지난달 30일 강화읍 갑곶리와 김포군 월곶면을 연결하는 강화대교가 개통됐다.

강화대교와 김포를 연결하는 국도도 이달말 개통될 예정이어서 교통사정이 한결 원활해질 전망이다.

▶숙박 = 선두포구주변은 숙박시설이 없다.

포구에서 걸어서 30분, 차로 5분정도만 나오면 모텔을 찾을 수 있다.

하루숙박비는 2만5천원. 내년중에는 선두포구에 아담한 숙박시설이 들어설 전망이다.

스위스산장 (032 - 937 - 5123) . ▶음식 = 선두포구 주변에서 유일한 음식점은 선두포구가든 (032 - 937 - 5958) .포구에서 바로 잡은 해산물로 신선한 요리를 내놓는다.

해물찌게 백반은 5천원. 꽃게탕은 2만5천원 (4인기준) .이 곳은 주변 밭에 심은 고추.참외등을 손님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시골인심이 훈훈한 곳이다.

▶볼거리 = 포구주변에 돈대가 있다.

돈대란 옛날 군대의 해안초소. 이 마을 돈대는 40명가량 소대급 군대가 거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선두포구 돈대는 복원한 인공 건축물이 아닌 옛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새관찰 = 선두포구는 넓은 개펄과 황금들판이 있어 새들을 볼 수 있다.

요즘 자주 보이는 새는 백로와 청둥오리등. 백로는 개펄의 먹이를 찾거나 나무막대기를 줄로 묶어놓은 목책에 앉아 바다구경에 열심이다.

청둥오리는 논에 자주 나타나는 애물단지. 농장에서 카바이트를 압축시켜 '펑펑' 대포소리를 내 쫓아내려 하지만 속수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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