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끝없는 미국 통상 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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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은 연간 2백억달러가 넘는 대외거래 경상적자를 내고 있다.

이런 형편인데도 미국으로부터는 자동차와 관련해, 유럽연합 (EU) 으로부터는 술과 관련해 도리어 관세 인하등 초강경 (超强硬) 통상 압력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금년 들어 7월까지 무역적자가 68억달러에 달해 이 기간동안 총무역적자액의 67%에 달했다.

그런 미국이 한.미 자동차협상에서 한국의 수입차 관세와 내국세를 더 내리고 한국 소비자의 외제차에 대한 선호도를 정부가 나서서 높여 주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예의 미통상법 '슈퍼 301조' 에 의해 한국을 '우선 협상국' 으로 지정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수입차 관세율 (8%) 이 유럽 (10%) 보다 낮은데도 자기네 나라 수준 (2.5%) 까지 낮추라는 요구는 어처구니가 없다.

우리는 먼저 미국에 권하고 싶다.

세계무역기구 (WTO)가 이미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일방적인 자기네 국내법에 의거해 다른 나라와의 통상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억지다.

WTO가 성립할 때까지는 '301조' 에 의한 미국의 전세계 국가에 대한 무역 개방 압력은 WTO를 탄생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는 칭찬을 혹 받을 수도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렇게 하다가는 WTO와 '301조' 를 양손에 들고 번갈아 휘두름으로써 2중표준을 갖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세계 유일 강대국인 미국이 그 공정성을 의심받다가는 세계무역 질서가 다시 혼란에 빠지고 보호주의가 새로 대두하는 단초 (端初) 를 열 수도 있다.

다음은 우리 정부에 권하고자 한다.

수입 관련 세제와 규정을 다른 나라의 수출업자나 정부가 모호하게 여기거나 행여 복선 (伏線) 이 있나 의심하는 일이 없도록 투명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갖고 있는 자동차 수입 장벽을 WTO 규범 수준으로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미국이건 유럽연합 (EU) 이건 다만 합리적으로 대응해 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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