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高爐제철업 진출 선언' 의미…그룹 숙원사업 관철 재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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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정몽구 (鄭夢九) 현대그룹 회장이 11일 고로 (高爐) 방식의 제철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룹의 '숙원사업' 인 제철사업에의 진출의지를 공개리에 재확인한 것이다.

현대는 그간 일관 제철사업에 대한 의지를 누차 밝혀왔으나 지난 2월 한보사태가 발생하는 바람에 일단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와 채권은행단측이 한보철강 인수와 연계해 고로제철 사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왔으나 현대는 "경제성이 없다" 는 이유로 인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바 있다.

때문에 재계에는 "현대가 제철사업을 포기한 것 아니냐" "현대의 고로 제철사업 진출은 물건너갔다" 는 등의 얘기가 나돌았다.

따라서 현대는 고로사업 진출 의지를 그룹 총수가 국제적 행사장에 직접 천명함으로써 이같은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한 것으로 볼수 있다.

또 그동안 수면아래 잠겨있던 현대의 제철사업 문제를 공론화시켜 정권교체기에 이를 기정사실화하자는 포석도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한보철강의 제3자 인수문제가 포철과 동국제강의 컨소시엄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어 지금이 제철사업 재추진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강경식 (姜慶植) 부총리를 비롯한 현 경제팀이 시장원리를 강조하고 정주영 (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이 "제철사업을 빨리 추진하라" 고 독촉하고 있는 것도 鄭회장의 이날 선언과 무관치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현대그룹은 일관제철 사업 진출이 빠를 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鄭회장이 제철소 후보지 물색을 위해 지난해 가을 경남 하동을 방문한데 이어 최근 전북도를 찾아 새만금간척사업지구내에 제철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은 현대의 이같은 행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는 지난해 11월 통상산업부 장관 자문기구인 공업발전심의회를 열어 '고로사업 불가' 방침을 정했던 정부의 대응이다.

이와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현대측과 이에대해 전혀 의논한 바가 없으며, 공업발전심의회 이후 정부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고 말했다.

또한 포항제철등 일부 철강회사들은 "철강재의 국내수급으로 보아 자원낭비" 라는 입장을 보이고있어 현대의 제철사업 진출선언은 제2의 논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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