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동의대 사태‘민주 운동’재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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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리 사회는 과거 오랜 기간 민주화를 갈망했고, 그 결과 1987년 민주항쟁을 통해 헌법을 개정, 오늘날의 민주화에 단초를 마련했다. 민주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당한 고통과 희생이 그 밑바탕이 됐다. 이런 과거를 되새기고 희생자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정부는 2000년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 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관련 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법에 따라 민주화 운동에 나섰던 많은 이들이 명예를 회복하고 보상을 받았다.

2002년 이 위원회로부터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았던 동의대 사건에 대한 재심 문제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89년 발생한 동의대 사건은 학내 문제에서 비롯됐다. 이 사건에서 학생들은 학교 인근 가두집회에서 전경 5명을 학교로 납치했다. 경찰이 동료를 구출하기 위한 작전을 펴는 도중 학생들이 던진 시너와 화염병으로 경찰관 7명이 숨지고 11명이 화상을 입었다. 이 사건으로 관련 학생들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면서 학생들의 행위는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았다. 위원회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희생된 경찰관의 유족들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으나 피해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됐다.

동의대 사건에 대한 재심 문제에 있어 핵심은 학내 문제로 인해 발생한 학생들의 행위가 민주화 운동이 될 수 있는 ‘항거’에 해당하는지와 그런 항거라 해도 화염병을 투척해 인명을 살상한 행위가 정당한지다. 특별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해 민주 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을 민주화 운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항거로 볼 수 있으려면 직접 국가권력에 항거했거나 국가 권력이 사회 각 분야에서 발생한 민주화 운동을 억압하는 과정에서 사용자 등에 의해 행해진 폭력에 항거했어야 한다. 국가 권력과 관계없는 사용자의 폭력 등에 항거한 경우는 제외하고 있다.

89년 당시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반정부 집회나 시위는 어느 정도 정당성을 갖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동의대 사건은 부당한 공권력에 항거한 학생운동이 아니라 학내 문제로부터 출발한 것이었다. 그리고 설혹 학생들의 주장이 옳다고 해도 전경을 납치하고 동료를 구출하러 온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화염병을 투척해 인명을 살상한 행위를 정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폭력으로 민주주의를 실현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폭력을 거부한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되지 못한다. 더구나 폭력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면 이는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정당화되지 못한다. 목적과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수단과 방법이 정당하지 못하다면 그 행위의 정당성은 인정받을 수 없다. 민주화 운동 관련자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그 피해에 대해 보상을 하는 이유는 이들이 부당한 국가 공권력의 행사로 일방적인 피해를 입었고, 그 희생의 정당성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모든 폭력적 행위를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지나간 불행한 사건에 대해 다시 거론하는 것은 아픈 과거를 되새겨야 하는 괴로운 일임에 분명하다. 그렇지만 민주주의는 진실을 규명하고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아 정의를 세울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사법 절차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해도 새로운 증거가 나오거나 법리의 적용이 잘못되면 재심이 허용된다. 불편하였던 과거라 해도 다시 한 번 조명해 진실을 밝혀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를 내세워 그 잘못을 그대로 두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하지 않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알려왔습니다

‘동의대 5·3 동지회’는 당시 학생들이 시너를 던진 사실은 없다고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