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여수-여천시·군 통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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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의 50개 주 (州) 중 가장 작은 곳은 어디일까. 하와이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면적이 하와이보다 작은 주가 둘이나 되고, 인구가 하와이보다 적은 주는 열 개 가까이 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흔히 하와이를 '작은 곳' 으로 생각하는 것은 광활한 미국대륙에서 홀로 떨어져 망망대해 가운데 떠있는 '섬' 이라는 인상 때문이다.

그러니 50개 주 중 유독 하와이에서만 미국의 지방자치가 두 단계로 돼있는 것도 크기가 작은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지방자치는 통상 세 단계로 돼 있다.

각 주는 3권분립의 국가형태를 갖추고 있고, 그 밑의 카운티가 우리의 광역자치단체, 또 그 밑의 타운십이 우리의 기초자치단체에 해당된다.

그런데 하와이에는 네개의 카운티가 있을 뿐 타운십 자치가 없다.

예컨대 주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하와이섬이나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오아후섬이 각각 하나의 카운티로서 단일자치단위를 이룬다.

이것은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하나의 섬 안에서는 모든 개발계획이나 관리체계가 일원화돼 있는 편이 유리한 점이 많다.

같은 섬 안에서 여러 자치단체의 경쟁은 섬 전체의 발전방향에 혼란을 가져오기 쉽다.

일본에서도 최근 오키나와 (충繩) 자치에 독립성을 대폭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 역시 섬지역의 특성을 감안한 것이다.

며칠전여천지역 3개 시.군에서 기초자치단체 통합을 위한 주민투표가 있었다.

주민들은 찬성 88%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였다.

하나의 반도로 돼 있는 이 지역의 지리적 특성에 자치단체의 단일화가 적합하다는 공감대가 나타난 것이다.

여러가지 반발이나 저항도 예상되는 일이었던 만큼 이 투표결과는 주민들의 대국적 판단력과 함께 지역 지도층의 건실한 지방자치관을 보여주는 의미가 크다.

지방자치를 시행할 무렵 더 적합한 자치단체 구획을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기득권의 저항과 지역이기주의의 충돌로 실패하고 말았다.

그 결과 일제때부터 전해 내려온 현실과 잘 맞지 않는 행정구획이 여러 곳에 남아 있다.

여천지역의 통합은 이런 폐단을 극복하는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얼마전 제주도지사가 자치단체 구조조정을 바라는 뜻을 나타낸 바 있거니와 하와이의 경우를 생각해도 가장 관심이 가는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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