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씨 살림집 안기부내에 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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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4월 서울 도착후 줄곧 안가 (安家)에 머물러온 황장엽 (黃長燁) 전북한 노동당비서가 거처할 단독 주택이 내곡동 안기부 청사내에 건립된다.

관계당국의 고위인사는 11일 "정부와 관계당국은 그동안 黃씨의 거처문제와 관련, 다각도로 검토를 벌인 결과 신변안전이나 본인의 희망등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 면서 "부지선정과 설계가 끝나는대로 곧 착공할 것" 이라고 밝혔다.

그는 "黃씨가 고령임을 감안해 단층양옥으로 하되 서재와 응접실등 부속시설을 북한 최고위층이던 黃씨의 직급에 맞출 방침" 이라면서 "건립에만 1억2천만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 이라고 말했다.

관계당국은 당초 黃씨를 대한항공기 폭파범 김현희씨처럼 아파트나 독립가옥에 거주토록 하면서 신변경호등에 만전을 기하는 방안을 강구했으나 북한이나 불순분자의 테러위협 요인등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정부기관의 청사내에 黃씨의 거처를 마련한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 다소의 내부논란이 있었으나 건물신축이 각종 위해요소에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데 의견이 일치됐다.

黃씨는 결국 관계당국이 제공한 독립가옥에서 독서와 집필로 소일하면서 가끔 외부강연이나 자문에 응하는 형태로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됐다.

보통 안가생활을 마치면서 주어지는 주민등록증은 黃씨의 경우 이달말 받을 수 있게돼 '대한민국 국민 황장엽' 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망명이후 몇차례 외부강연에 나섰던 黃씨는 10일 오전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들과 만나 북한의 정세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또 黃씨는 지난달 발생한 장승길씨 망명소식을 접하고 장씨를 "반민족적 배신자" 라고 비난, 관계자들을 당혹케 했다는 후문이다.

자신이 북한을 등지고 남한에 온것은 신념이나 '위치' 를 바꾼 것인데 비해 장대사는 미국을 택함으로써 민족을 저버린 것이란 주장. 黃씨를 보살피는 관계자의 말대로 '꼬장꼬장한' 성격을 버리지 않고 있는 黃씨는 서울에서의 첫 추석을 김일성종합대학 출신 제자 귀순자들과 함께 보내며 외로움을 달랠 예정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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