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대표의 정치개혁안…1인 통치시대 마감 역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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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대표의 정치개혁안이 담고 있는 내용은 경선때 내비친 권력분담론과 경선후 당내 여론을 결합한 것이다.

개혁의 핵심은 그동안 여당총재를 겸임하는 대통령에게 집중됐던 권력의 부분적 분산. 그는 "대통령 1인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권력주체들이 함께 책임지는 조화와 통합의 정치가 돼야한다" 고 천명했다.

측근들은 "통합의 정치는 독점적인 '3金 정치' 에 대한 강력한 차별화" 라고 설명한다.

인사.조각 (組閣)에 관한 책무를 맡는 '책임총리제' 는 헌법의 내각제적 요소를 적극 활용하자는 것. 李대표는 "총리에게 행정부 운영의 책임을 넘기겠다" 고 했는데 이럴 경우 내치 (內治)에 대한 총리의 권한은 상당히 커지게 될 것이다.

정치권에선 "막상 책임총리의 공간과 영향력이 대폭 확대되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겠는가" 라는 의문도 제기한다.

국회의장의 당적이탈은 야당이 요구해온 것. 의장이 무소속이 되면 여당의 강제적 의사진행이 상당한 장애를 받게 된다.

李대표는 당직인사권등 총재의 주요 권한을 대폭 대표에게 이양하겠다고도 선언했다.

가장 예민한 부분은 총재의 공천권. 李대표는 "중진협의체에서 논의하겠다" 고 유보했는데 공천권은 지금까지 대통령 (여당총재) 이 정치권을 장악해온 주요 수단이어서 관행이 쉽사리 바뀔지 의문이다.

선거개혁 대목에서 李대표는 정치개혁특위에서 논의되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돈 적게 드는 선거를 위해 대규모 군중집회를 금지하자는 제안은 여론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도 TV토론에 치중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여당 편중' 이 시비되고 있는 지정기탁금제에 대해 李대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여권의 대선자금조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이다.

李대표는 이 문제도 중진협의체에서 거론하겠다고 말을 흐렸다.

'국가안보특위' 의 구성은 李대표 아들병역문제로 실추된 여당의 안보이미지를 살리고 대 (對) 국민회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같다.

'중진협의회' 는 연석회의에서 등장한 건의를 수용한 것. 李대표는 이를 통해 경선탈락자들을 비롯한 비주류에 합류의 명분을 제공하려고 한듯하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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