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漢盲'을 퇴치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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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맹 (漢盲)' 이라는 새로운 조어 (造語) 를 쓸때 문맹 (文盲) 이라는 한자를 모르고선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한맹' 이라는 단어는 어느 나라 사전에도 없지만 한국.중국.일본등 한자문화권 사람들은 무슨 뜻인지 금방 알 수 있다.

한자문화권의 공통된 기호체계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두가지 사실을 발견한다.

우리 언어체계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도 한자는 필요하고 아시아 시대의 한자문화권 편입을 위해서도 한자교육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한때 한자의 필요성을 인식한 일부 대기업의 입사시험에 한자가 출제되면서 한자를 배우자는 붐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한 연구자는 4년제대학 졸업자들의 한자 실력이 평균 30점 이하의 반 (半) 문맹상태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내놓았다.

중학교 한문교과서에 나오는 '올 래 (來)' '고을 군 (郡)' 을 제대로 쓴 사람이 22%뿐이라고 한다.

심지어 자신의 소속 과명을 한자로 못 쓸 정도라고 한다.

이 정도라면 '한맹' 을 넘어선 문맹에 가깝다.

우리 중.고 교육에서도 1천8백 상용한자를 기초 한자로 가르치고 있다.

중국은 2천5백자, 일본은 1천9백45자의 상용한자를 가르치고 있다.

북한 또한 68년부터 1천5백자 한자를 초등학교부터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유독 우리가 대졸 문맹을 양산하게 되었는가.

잘못된 국어교육 탓이다.

한글은 국어고 한자는 외국어라는 잘못된 언어교육이 만든 결과다.

우리말 70%가 한자에서 유래했다면 보조어로서 한자 교육 병행은 너무나 당연한 언어생활이다.

이를 우격다짐으로 한글전용으로 해놓으니 말의 질서와 언어 소통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교과과정에는 한문시간이 있지만 입시에 출제되지 않으니 한문을 배우려들지 않는다.

바야흐로 아시아 시대다.

한자문화권의 연대를 위해서도 한자 교육은 필수적이다.

영어교육만 급한게 아니다.

한글을 바로 알기 위해, 아시아 한자문화권의 공동발전을 위해 한자교육을 제대로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더더욱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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